[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폐업 전문가
우리는 좋든 싫든
배운 도둑질로 살아간다
나는 내 도둑질이 좋다
좋아하는 음악
듣고 들려주고 하다 보면
어쩌다 간이 맞는 손님이 찾아와
밤을 새우기도 하고
찾는 이 없으면 없는 대로
글 쓰며 앉아있는 맛도 좋으니
이 재미로 가게를 하는데
돈벌이가 될 리 없고
집세는커녕 공과금 밀리기도 다반사요
삼시 세끼 라면도 버거워
빚으로 먹고사는 날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또 도둑질을 이으려고
가게를 줄여 옮겨간다
삼십여 년을 이렇게
여닫기를 반복하며 얻은 벼슬이
폐업 전문가!
그래도 이번에는
겉은 망했어도
속으로는 남았다
종자기*를 얻었고
짐을 꾸리며 도닥거려 주는
아내를 얻었음이니
경자 원단의 저 맑은 지저귐
붉은 원 안에 걸린다
* 종자기 - 춘추시대 초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의 절친한 벗으로 연주할 때 백아의 마음을 훤히 꿰었다. 종자기가 병사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 이에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