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입을 벌린 이동식 소변기 ‘호자’

2020.11.26 22:36:2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47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호랑이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영물이자 수호신입니다. 사람들은 백수(百獸)의 왕인 호랑이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신성시하고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 그림에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고 새해가 되면 대문과 집안 곳곳에 호랑이 그림 곧 문배도(門排圖)를 붙였지요. 또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는 민화의 단골 소재였고, 호랑이는 무(武)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여 조선시대 무관(武官)의 관복에는 호랑이를 흉배(胸背)로 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박물관에는 호랑이 몸체를 닮은 그릇도 보입니다. 먼저 1979년 3월 부여 군수리에서 출토된 그릇은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으로 얼굴 부위에는 둥그렇게 구멍이 뚫려 있지요. 이 그릇은 ‘호자(虎子)’라고 하여 남성용 소변기라고 합니다. 중국 역사서를 보면 옛날에 기린왕이라는 산신이 호랑이의 입을 벌리게 하고, 거기에 오줌을 누었다고 전하며, 새끼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호자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호자는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높이가 25.7cm, 주둥이의 지름은 6.6cm입니다.

 

 

그런가 하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개성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지는 청자 호자가 있는데 그 형태를 볼 때 서진(西晋), 혹은 동진 초기에 만들어진 것이 들어온 것으로 봅니다. 이 청자 호자를 통해서 백제 귀족들이 3세기 말, 혹은 4세기 초에 이미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호자는 남북국시대(통일신라) 이후에도 귀족과 승려 사이에서 계속 사용되었는데, 대신 모양은 더욱 간소화하여 호랑이의 모양은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지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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