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늘 부끄러워지는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12월이 되어서야 세월 참 빠르구나 하고 아쉬워하지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즐거워하며 어찌 지냈습니까?
그놈의 코로나 돌림병 때문에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건강하고 멋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모습이 꼭 달마승(達摩僧)을 닮은 금속공예작가가 있습니다.
취흥주(醉興酒)를 함께 마시다 보니 시들해져 가는 얼굴에도
붉은 꽃이 피어나고 숨죽인 세포가 춤추듯 살아나는 듯합니다.
작가는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선 순한 나이가 되었지만
번뜩이는 눈동자와 뜨거운 열정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껍떼기 속 알맹이의 그 빛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모양과 형식으로 남기는 거 말고는 또 없는 것일까요?
자신의 몸짓으로 살다가 그냥 빙그레! 웃는 모습만 남기자 하네요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 노래했던 유치환 시인을 떠올려보며
금속공예작가인 김동식 씨의 이야기입니다.
김동식 금속공예작가
울퉁불퉁한 세상 고개를
어찌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련만
풀밭이거나 돌밭이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헤쳐 지나가는 바람 같다.
마음속에 새긴 인물을 금속에 담아서
그 정신과 값어치를 전하려는 금속공예작가
어디 그것만으로 살아가는 맛이 있었으랴
지나간 한때는 뭐도 하고 뭐도 했었지만
작품 전시를 준비하는 바쁜 중에도
인사동 시가연(詩歌演) 에서 노래모임을 통해
시를 낭송하고 노래하며 어깨 흔들며 산다.
스스로 물들이며 익혀가는 낭만파 사나이
때로는 회오리치는 바람으로 일어나겠지만
이제 숨찬 고개 넘은 순한 나이가 되었으니
불꽃도 주저앉히며 스스로 다스릴 것이다
달마승을 닮은 이 사람 멋지게 살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