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을 더 넓은 세상에 꽃피우려 했다

2021.01.18 22:43:10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0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미국의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해 왔던 오순택이 마당놀이 형식의 연극, 곧 <가주타령>을 올려 미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작품에서 김동석은 배경음악과 국악연주, 춤사위 지도, 사물놀이 장단, 타악기 다루는 법, 우리식 노래 부르는 방법 등을 지도해 주었다. 2000년 1월에는 김동석을 회장으로 선임한 <문화예술총연합회>가 조직되었다. 시인협회를 비롯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볼룸댄스, 다도, 서예, 영화, 수필, 사진, 크리스찬 문협, 시각디자인, 국악 등 12개 문화예술단체가 하나의 연합회를 조직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 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한국음악을 교육할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김동석의 말이다.

 

“LA 교육국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고등학교에서 이중 언어 교육과 함께 한국음악을 지도할 것을 검토 중인데, 자문해 달라는 거예요. 한국도 아니고 이곳 미국에서 교사든, 학생이든, 그 대상자가 누구든 간에 한국어나 한국음악을 지도하겠다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있겠습니까? 매우 긍정적이며 훌륭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주었지요.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교육국에서는 우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주 2회씩 한국악기 가운데서 단소와 북, 장구를 택해 실기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약 6달이 지날 무렵, 수강생들의 의견과 학생들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타진해 본 결과, 매우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교육국의 방침은 우선 한국인 학생들이 많이 있는 할리웃 근처에 있는 훼어홱스고등학교 (Fairfax High School)에서 한국음악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당시 나는 UCLA에서 수업하고 있어 주 2일만 나와 두 반으로 나누어 각각 30명씩 듣도록 하였고, 매 학기 5학점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아마도 미국 정규 교과 시스템에 UCLA 대학과 훼어홱스고등학교가 유일무이하게 한국음악을 수강하여 학점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침 이 학교에는 음악시간과 밴드부가 없어서 학교에 모든 행사들, 예를 들어 졸업식이나, 입학식, 홈 컴인데이, 축구시합, <한국의날 퍼레이드>, <할리웃 볼 음악제>, 그 외 인근 도시에서 행하는 축제, 등을 그들이 배우고 있는 사물놀이 그룹이 담당해 왔어요. 그래서 그곳은 LA의 명품학교가 되었지요. 그 뒤 L.A <한국문화원>에서도 국악과 태권도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각급 학교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학점제도 아니고, 1년에 10주 정도의 단기과정이어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2010년도에는 글로벌 아카데미학교(Global Academy School)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사물놀이반도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이 학교는 한국계 학생이 단 1명도 없는 USC대학 근처에 있는 학교인데, 교장이 UCLA에서 국악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대학 교육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반가운 소식은 2018년부터 교육국의 새 교과 개정의 하나로 세계음악(World Music program)이란 과정이 승인되었는데, 그 내용의 중심은 <한국음악>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수업이 불가해서 2021년 가을학기나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계에서 한국음악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저절로 찾아온 결과가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러 악조건을 이겨내며 한국음악을 미주에 뿌리내리기 위해 애써온 김동석을 비롯한 한국음악 전공인들의 노력과 뜻있는 교포사회의 지도자들 덕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모국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한국의 전통문화는 더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세계적으로 코로나라는 돌림병이 확산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도 김동석 교수는 주 2회, 훼어팩스고교의 한국음악 수업을 줌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그의 삶이 마치 질경이 같아서 절대 시들지 않고 새롭고 활기차게 생명력을 전파해 나가는 것도 평생을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깊게 드는 것이다.

 

 

 

그는 2004년부터 미국 교사들을 위한 한국문화 강좌(Korean History and Culture Seminar for American Educator)시리즈를 시작, 2019년까지 15년을 계속해 왔다. 이 행사는 메어리 코너(Mary Connor)라고 하는 전 고교 교사가 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한국에 관한 기술이 너무 적거나, 또는 왜곡되어 있어서 이것을 바로 잡고자 교사들을 위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세미나는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했으며 교육을 마친 교사들에게는 UCLA에서 주는 교육학 4학점이 부과된다.

 

김동석 교수는 세미나에서 요성(搖聲), 꺾음, 전성(轉聲), 퇴성(退聲), 소리의 구성요소 등 한국 소리의 특징에 관한 이론을 펼친다. 그러나 그 이론은 교과서적인 이론이 아니라 가야금이나 장고, 단소, 노래와 같은 실제의 소리를 통해 가슴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다고 한다. 실기를 알고 있는 국악인이기에 가능하다. 2010년부터 칼스테이트 풀러톤대학에서 주최하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음악 강의도 인기가 높은 비결은 맛깔 나는 강의로 승부를 겨루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그가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누구보다도 더 빨리 국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쉽고 확실한 길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었던 용기도 알고 보면, 그가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더 넓은 세상에서 꽃피우게 하려는 국악 사랑의 마음이 누구보다 크고 강했던 결과라 생각된다. 젊은 시절, 나날이 번창하던 사업을 접고, 국악의 길을 택한 것은 어쩌면 이 길이 그에겐 숙명적인 길이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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