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꽃모종 심는 일

2021.06.05 11:00:14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6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풀꽃>에서 노래한다. 여기서 나태주 시인이 말한 “너”는 바로 “쥐꼬리망초”를 보고 노래한 것일지 모른다. 쥐꼬리망초는 꽃의 크기가 2~3m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꽃이어서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이 꽃은 한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한 개나 두 개씩 차례로 천천히 꽃을 피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단번에 터뜨리는 것이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꽃을 피는 겁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꽃이기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쥐꼬리망초는 낮은 몸자세로 가만히 들여다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쥐꼬리망초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들꽃들은 대부분 작아서 몸자세를 낮추어 가만히 들여다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이기철 시인은 그의 시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도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을 심겠단다. 이 길가에 그런 꽃들이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른다는 꿈을 꾼다.

 

이 시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겠다는 마음까지 내보인다. 시인은 그렇게 예쁜 마음을 가져야 아름다운 시가 나오나 보다. 아니 그런 시인의 마음이 전염되어 많은 이가 길가에 꽃모종을 심었으면 좋겠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