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의한 억울한 죽음, 오끼나와인들

2021.06.23 11:15:21

일본 시민단체, 해마다 6월 23일 추도제 열어
오키나와전투 희생자 묻힌 토사 채취 반대에 한국 동참 호소
[맛있는 일본이야기 60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오키나와, 그 평화롭던 땅이 전쟁으로 얼룩져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던 사건 이름하여 ‘오키나와전투(沖縄戦, Battle of Okinawa)’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날의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추도제를 해마다 6월 23일에 열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오키나와전투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던 1945년 4월 1일부터 6월 23일까지 83일 동안 일본군이 본토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 본섬 등에서 미군을 상대로 벌인 전쟁이다. 당시 일본군이 방패막이로 내세운 오키나와 주민과 미군 병사 등을 포함해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는 조선인과 대만인 희생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희생된 주민들 가운데는 미군의 공습 때 주민들을 동굴 등으로 대피시킨 뒤 미군에게 잡히면 즉사하니까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주민들에게 할복 자결을 명해 수많은 주민이 수류탄으로 자결하거나 가족끼리 서로 목 졸라 죽이는 참상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희생자 가운데는 오키나와 육군병원의 간호요원으로 동원된 오키나와 사범학교와 오키나와 현립제일 고등여학교 교사 18명을 포함한 학생 222명도 있었다. 이들은 1945년 3월 23일에 동원돼 5월 25일에 철수하기까지 약 2달 동안 중상자를 돌보다가 5월 25일 남부(현 이토만시)에서 철수한 뒤, 현재 히메유리의 탑 주변에 있는 6개의 가마(자연 동굴)에 흩어져 숨어 있었다. 하지만 미군의 집중 폭격이 이뤄져 무려 136명이 죽기에 이른다.

 

이들은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을 코앞에 둔 1945년 3월 23일, 일본 육군에서 "1주일만 복무하면 전쟁이 승리로 끝날 것이고, 간호복무이기 때문에 죽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꼬드겨 징집 명령에 응했지만 사실과 다른 국면을 맞이했고 참여자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오키나와에서는 오늘(23일),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지상 전투로 희생된 유족들을 추모하는 추도제를 연다. 어제(22일)는 마지막 격전지가 된 오키나와현 이토만시 마분진에서 전야제를 열었으며 참석자들은 평화의 종에 맞춰 희생자들에게 묵념을 올렸다.

 

 

올해 전야제도 코로나19로 지난해와 같이 축소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를 주최한 공익 재단법인 오키나와협회의 우에하라 요시유키(71) 부회장은 “전쟁에서 사랑하는 혈육을 잃은 유족의 깊은 슬픔이나, 비참한 전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아픔은 결코 치유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유족 연합회의 미야기 아쓰마사 회장(79)은 “(전야제의 규모) 축소는 어쩔 수 없지만,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까 걱정하고 있다. 내일(23일)도 유족은 단 한 명뿐이어서 쓸쓸한 추도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미군과 격전을 벌인 오키나와 남부 지역에서 새 미군 기지 매립지에 쓸 토사를 채취한다는 정부 발표에 반대하며 현지 시민단체가 22일 이 운동에 한국이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오키나와전투 희생자 유골 수습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대표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가 헤노코(邊野古) 연안 매립 공사에 쓸 토사를 희생자 유해가 묻힌 곳에서 채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희생자의 피가 스며든 토사를 미군 기지를 만드는 매립에 사용하는 것은 전몰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를 멈추게 하는 일에 한국과 미국, 대만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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