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조선어 중 어떻게 불러야할지 헷갈리는 일본인들

2021.10.13 11:29:38

[맛있는 일본이야기 62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교보문고라든지 영풍문고 같은 오프라인 서점엘 가면 외국어 코너가 있어서 다양한 학습 교재를 고를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영어일 것이다. 그 다음은? 글쎄다. 일본어나 중국어? 아무래도 이웃나라인 이 두 나라 언어가 2,3위 자리를 다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9월 6일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서점에서 1위는 영어이고 그 다음이 ‘한국 · 조선어’ 코너라고 한다. 중국어가 아니라 ‘한국 · 조선어’ 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국어면 한국어지 ‘한국 · 조선어’는 뭐야? 라고 의아스럽게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겠다.

 

안타깝게도 남과 북이 분단되어 남쪽은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북한은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러한 이름을 각기 갖고 있지만 남한(대한민국)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북한’이라고 흔히 부른다. 분단 이전에는 원래 한겨레요, 언어도 같은 언어 공동체였다. 그러나 분단이 길어지면서 언어의 이질화도 생겨 ‘북한말’, ‘남한말’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인데 그 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 함께 쓰는 말을 가리켜 무엇이라 부를까 하는 점이다. 한국어냐? 조선어냐? 한반도 안에서야 남한은 한국어, 북한은 조선어라 부르면 그만이겠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바로 이 문제로 일본은 지금도 ‘한국 · 조선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9월 6일치 기사에는 일본내에서 부르고 있는 ‘한국 · 조선어’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9월 6일치 기사 제목은 ‘조선인가 한국인가 헷갈리는 강좌명’ 아래 ‘이웃나라 말’ 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이 기사를 쓴 사쿠라이 이즈미(桜井泉) 기자 역시 한글을 배운 기자로서 “1991년, 한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갈 때 일본에서 산 ‘조선어’라고 쓴 표지의 어학교재를 들고 갔는데 한국인들이 ‘왜 북한말을 배우려고 하느냐?’ 라는 질문에 당혹스러웠다고 하면서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어’라는 교재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사쿠라이 기자는 9월 6일치 기사에서 와세다대학의 명예교수인 오오무라 마쓰오(大村益夫, 88세) 교수의 예를 들었다.  오오무라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한국문학 연구자이다. 오오무라 교수가 한국어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시절로 195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때는 한국어 교재도 없고 학원도 없을 때였다고 했다. 그때 만난 것이 재일조선인을 위한 ‘조선어 야간 강좌’였다. 이 강좌는 재일조선인을 위한 강좌라 일본인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조르고 졸라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때는 ‘한국어’가 아니라 ‘조선어’라는 이름으로 배웠다.

 

1974년 11월, 오오무라 교수는 아사히신문의 독자투고란에서 한 기사를 발견한다. “일본이 아시아 속의 일본을 생각해서라도 이웃나라 언어인 조선어 강좌를 NHK같은 곳에서 강좌를 개설했으면 좋겠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2년 후 오오무라 교수는 ‘NHK 조선어 강좌’ 개설을 위해 무려 3800명의 서명을 받아 NHK 방송국에 제출했다. 국영방송인 NHK도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강좌명을 무엇이라고 해야하는가? 라는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조선어강좌’라고 하면 북한을 뜻하기도 하지만 ‘조선인’처럼 조선을 비하하는 느낌이 있어서 안된다는 여론과 ‘한국어’라고 하면 ‘대한민국’ 만을 상징하는 것이라 안된다는 여론 등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결국 강좌 개설 논의는 중단되고 만다. 역설적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조선’이라는 명칭은 그만큼 민감한 용어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좌명’을 정하지 못해 지지부지 해결을 못보던 NHK에서는 10년이 지난 1984년에서야 ‘안녕하십니까? 한글강좌’ 라는 이름으로 한국어(조선어) 강좌를 열게 된다.

 

물론, 오오무라 교수의 노력으로 와세다대학에서는 NHK보다 훨씬 앞서서 한글강좌와 중국어 강좌를 개설한바 있다. 사실 글쓴이가 와세다대학에 객원연구원으로 가 있던 2000년에도 우리말에 대한 용어로 ‘한국어’, ‘조선어’. ‘한글’, ‘Korean language’ 등등으로 불리고 있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 9월 6일치 마지막 기사에, ‘요즘 조선어라는 말은 눈에 띄게 줄었다’ 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조선어’가 준만큼 ‘한국어’라는 말이 늘어난 것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한글’ 이라는 말로 대체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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