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아지의 날, 유기견 사랑에 푹 빠진 이토 노리코 씨

2022.03.23 12:19:02

5마리 가운데 이번에 노화로 죽은 백구는 3번째 녀석
[맛있는 일본이야기 643]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안전한 보호시설, 유기견 입양 등을 권장하며 세계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언제는 좋아서 데려다 기르다가 언제는 1회용 장난감처럼 함부로 버려지는 강아지들, 아직도 여전히 지구촌에는 이런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버려지는 강아지(개)를 흔히 유기견이라고 한다. ‘국제 강아지 날’에 생각나는 사람이 일본인 친구 이토 노리코다.

 

“윤옥 씨, 백구가 지난 2월 죽었어요.” 어제 국제전화에서 이토 노리코(67) 씨는 그렇게 울먹였다. 길가에 버려진 백구를 데려다 6년간 정성껏 키우던 노리코 씨가 요즘 통 연락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백구의 죽음으로 한동안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었다.

 

 

94살 노모와 단둘이 살면서 버려진 유기견을 5마리나 기르던 노리코 씨는 그간 두 마리를 병으로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백구가 죽음으로써 이제 남은 녀석은 두 마리다. 한국어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누렁개 사랑이는 눈이 안 보이는 녀석이고, ‘짐페’ 라는 녀석은 처음부터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라 노리코 씨를 애먹이던 녀석인데 이제 이 두 마리만 남은 것이다.

 

지난 2월에 죽은 백구는 흰색 개로 노리코는 이 녀석 이름을 시로(志朗, 뜻을 가지고 밝게 살아가라고 주인이 붙인 이름)라고 지어주었다. 노리코 씨가 이 백구를 처음 본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이미 노리코 씨는 유기견을 4마리나 키우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유기견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백구 이야기를 들은 노리코 씨는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기를 버린 주인을 기다리는 ‘흰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하여 노리코 집의 5번째 식구가 된 백구는 노리코 부부의 지극 정성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난 6년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지난 6월 노화로 죽었다.

 

 

“처음 개를 기르게 된 것은 SNS에서 이 개들이 살처분 위기에 처해진 것을 알고부터였어요. 유기견들은 보건소에서 잡아다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달간 보호하다가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살처분 하는 게 지금 일본의 실정입니다. SNS에 올라온 귀여운 개들이 곧 살처분 된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둘 기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입양한 것이 모두 5마리.

 

 

필자도 시즈오카에 있는 노리코 씨 집에 가서 5마리의 유기견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노리코 씨는 날마다 아침에 4마리(짐페라는 녀석은 성질이 포악하여 산책에서 제외)의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노리코 씨의 유기견 사랑은 지역 신문인 시즈오카 신문등에 보도되었고 급기야는 도쿄까지 이 소식이 전해져 노리코 씨는 일약 ‘유기견의 어머니’ 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뒤 이 녀석들에게 먹일 만만치 않은 사료값에 보태라고 도움을 주는  팬도 생길 정도였다.

 

 

이번에 죽은 백구의 기사가 지역 신문에 보도 되자 이 글을 읽은 독자 오오노 치카코(大野千賀子, 86)씨는 “인간 세계에서는 코로나니 전쟁 등 어두운 소기만 들리는 가운데 노리코 씨의 유기견 사랑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인간이 함부로 버린 유기견 등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노리코 씨의 동물 사랑은 감동적이다. 나 역시 유기된 고양이를 보살피는 자원 봉사를 오랫동안 해왔다. 고령이지만 힘 닿는 데까지 이 녀석들을 보살 필 것이다” 라고 이즈신문(伊豆新聞)(3월 13일자)에 독자투고 했다.

 

오늘이 ‘국제 강아지의 날’ 이라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더 이상 버려지는 동물이 없으면 좋겠다. 개나 고양이 등을 지금은 ‘반려동물’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과 기쁨을 주는 반려동물들! 그들의 생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려운 사람들은 아예 동물을 입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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