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시대 가나 문자 구경해볼까?

2022.05.18 12:42:35

<맛있는 일본이야기 65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세이 쇼나곤은 잘났다고 으스대며 자기가 제일이라고 뻐기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잘난 척하며 여기저기에 써놓은 한문 글귀를 보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든 남보다 더 뛰어나 보이려고 애쓰고 과장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나중에는 오히려 남보다 뒤떨어져 초라한 말년을 보내기 일쑤지요.” -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 가운데서-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973~1014)는 헤이안시대(794~1185)에 일본 황실의 궁녀로 지내던 여자로 《겐지 이야기》라는 작품과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여자와 당대 쌍벽을 이룬 작가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세이 쇼나곤(清少納言, 966~1025)이다. 지금 세상도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잘난 여자들은 서로 간에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이 쇼나곤이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작품이 번역되어 있어 독자층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를 입증하듯 엊저녁 난데없이 단톡방에 세이 쇼나곤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지금 올린 세이 쇼나곤 사진을 잘 보시면 글이 적혀있습니다만 혹시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분은 좀 해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필자의 단톡방은 일본어 전공자들의 방이지만 고전인 헤이안시대의 세이 쇼나곤의 글씨를 쓱쓱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세이 쇼나곤이 살던 1,000여 년 전에는 모두 손글씨를 썼기 때문에 현대 일본어를 배운 지금 사람들은 일본인이라도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단톡방에 올라온 세이 쇼나곤의 손글씨 문장은 결국 교토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씨에게 문의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은 윤동주의 전작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도쿄)를 펴낸 작가로 고전에도 해박한 분이다. 나는 얼른 라인(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한국의 카톡 같은 메신저)으로 SOS를 쳤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답글이 왔다,

 

 

“좋은 올 한 해, 꽃 색(よきこのとし はなのいろ)(이 좋구나)” : 한글은 필자 번역

 

우에노 시인은 위와 같은 현대 일본어 해석을 보내오면서 일본 고전 문자 독해시에 참고하라고 ‘구즈시문자(くずし字)’ 일람을 보내왔다. 구즈시문자란 헤이안시대를 비롯하여 과거 손글씨체로 쓰던 글자를 해독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해독용 글자체’이다.

 

세이 쇼나곤과 같은 1,000여 년 전 일본의 인물이 지금, 한국인 사이에서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고전이든 현대든 다른나라의 문학작품을 읽으며 그 나라사람들의 과거를 안다는 것은 결코 과거 일이 아니라 현대일이요, 미래일이기도 하기에 더욱 흥미롭고 기대된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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