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다섯 양반춤

2022.07.01 11:19:58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3]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말뚝이 탈만 말고 기왕에 나왔으니

   명문사학 기방에서 족집게 수학했던

   동문들 다 불러 모아 춤 한번 놀아보소

 

   논 팔아 산 생원님도

   집 팔아 산 진사님도

   과거 급제 못 했지만

   기방 급제는 따논당상

   사대부

   체면 잠시 접고

   춤사위 한 번 보여주소.

 

   일곱 양반 몰려나와 춤판을 어르는데

 

   희고 검고 누르고 푸르고 붉은 복색 차려입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들고나며 노니던 중, 원양반 지팽이 들고 어깨 으쓱 들썩이면 젓양반들 호응하며 까치걸음 발품이다. 노름판이고 삼세판이고 양반 버릇 개 주더냐? 춤판에서도 문자타령, ‘오방색(五方色)’은 무엇이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은 또 무엇이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음양합일(陰陽合一) 운우지정(雲雨之情)’, 공맹자는 안중에 없고 매화 동백 품을 요량, 얼쑤! 장단을 넘는데, 접고 펴고 또 접으니 부채만 죽어난다.

 

   쥘부채

   접었다 펼 때

   앙가슴은 멍이 들고

 

 

 

 

<해설>

 

이 작품은 평시조 2수에다 사설시조 1수를 붙인 것이다. 앞의 시에서 말뚝이들 눈물 어린 두레 모임을 보고하였는데, 문득 말뚝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가. 그래서 양반님네들 보고 어디 한 번 춤추며 놀아보라고 권한다. 뭣하면 이탈 저탈 까탈시리 말뚝이더러 탈만 하지 말고 오늘은 사대부 체면도 잠시 접어두고 춤사위나 한번 보여달라 간청한다. 드디어 양반님네들 춤사위 시작된다. ‘희고 검고 누르고 푸르고 붉은’ 복색은 오방색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먹고살 만하니 저마다 색옷 갖춰 입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으뜸 양반쯤 되는 원양반은 지팽이 들고 어깨 으쓱이면 젓양반들 호응하며 까치걸음으로 맞장구친다. 제법 마당을 쓸었다가 걸었다가 양반춤이 무르익는다.

 

“노름판이고 삼세판이고 양반 버릇 개 주더냐? 춤판에서도 문자타령, 오방색(五方色)은 무엇이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은 또 무엇이오.”

 

양반들 아래 것들과 뭐가 그리 다르다고, 빌어먹을! 춤판에서도 문자 타령이다. 오방색에 음양오행이 어떻고 씨부려보지만, 기실은 이 순간에도 기방에 가서 기생이나 품든가 꼬라지 매끈한 여인네 은근슬쩍 불러다 품고 싶은 마음뿐일 걸 그들이 어찌 모를소냐.

 

그러니 곧 죽어도 “음양합일(陰陽合一) 운우지정(雲雨之情)”하며 문자나 쓰는 모양을 춤사위에 실어낸다. 그러니 어찌 공맹자를 논할 것이며 그 흔한 진사 생원을 붙일 수 있단 말인가. 돈 주고 사면 모를까 되는 일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쥘부채만 접었다 편다. 그럴 땐 어김없이 “말뚝아~ 이놈”하고 불러제낄 것이니 참 환장하고 팔짝 뛰것다.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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