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바뀌어 잠 못 자는 아이들

2022.08.14 11:46:00

피부를 드러내고, 분유를 줄이고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52]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수면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잠을 푹 자는 것이 기적에 가깝고 잠을 맘 편히 푹 자게 된 것은 인간의 역사로 보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면증을 호소하고 일찍 자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에게 인간의 유전자에는 해가 지면 자는 것에 관한 각인이 못해도 250만년(인류의 역사) 동안 이루어져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본래 각인된 수면시간과 동조되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잠을 자는 행위는 무방비로 세상에 나를 노출하는 행위이기에 맘 편히 쉽게 잘 수 없는 것이 정상이라는 모순된 말을 하게 된다.

 

오늘날처럼 사람들이 침대나 요 위에서 맘 편히 누워서 잘 수 있게 된 것은 후하게 잡아도 1만 년은 넘지 않으리라 추측된다. 눕는 행위는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불편해서 불안한 수면자세다. 자는 공간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무의식까지 뿌리내려야 푹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워서 푹 자는 자세는 신생아 때 엄마 아빠에게 학습되면서 이루어지지만,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누워서 자는 것은 불안하고 엎드려 웅크린 방어자세로 자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이는 몸을 가누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새벽녘 잠자는 모습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1. 갓난아기들이 태어나서 접하는 환경

 

이처럼 불안할 수밖에 없는 수면의 세계에서 갓난아기들은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 엄마의 태내와 너무나 다른 환경에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곧 낯선 세계에 태어나 적응을 못 하게 되면 불안정한 몸과 마음이 수면이라는 불안한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첫째, 너무 춥다.

태내의 환경은 36.5℃의 따뜻한 환경이다. 그러나 태어난 곳은 너무나 춥다. 신생아는 이러한 온도차에 따라 생사를 가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 전통 분만에서는 먼저 군불을 때서 방 안 온도를 높여준다. 새삼스레 조상들의 슬기로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둘째, 너무 밝다.

엄마의 태내는 완전한 암흑의 세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가 태어나는 병원 분만실에는 극도로 밝은 조명 상태다. 이러한 암흑과 빛의 극단적인 환경의 변화는 아이를 혼란케 하며 불안을 키우는 매개체가 된다. 한때 분만실 빛을 줄이고 신생아에게 안대를 씌우게 한 적이 있었는데 병원 측은 이러한 분만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필자도 내 아이의 분만실 조도를 조금이라도 낮춰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아이를 떨어뜨려서 사망하게 할 수 있으므로 안 된다는 이유로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출산 뒤 아이 눈 크기에 맞는 안대를 덮어주는 시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어두움과 밝음에 적응하지 못하면 수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혼돈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곧 어두우면 잠을 못 자고 밝아야 자는 아이들이 생기게 된다.

 

셋째, 물속에서 살았지만, 물이 전혀 없다.

신생아들은 태내의 양수에서 10달 동안 수영을 하다가 탄생한다. 이때 태어난 환경은 물이 조금도 없고 공기가 충만한 세계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육지로 올라선 것과 같은 변화와 충격을 받게 된다. 이렇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수중 분만의 전통이 있는 나라도 있거니와 최근 하나의 시류로 수중 분만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수중 분만의 애로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넷째, 먹는 것의 적응

인간의 오관에 대한 감각을 외부에 대한 부담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가장 큰 부담은 이물질이 몸으로 직접 유입되는 ‘먹는 것’이다. 어른도 외국이나 타지에 가서 색다른 음식을 먹고 물만 달라져도 탈이 날 수 있으며 먹은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소화불량과 체기로 고생을 한다.

 

어른도 이러한데 갓난아기는 먹는 행위를 처음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먹을 준비를 하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먹을 준비를 하지 못하고 태어난다. 이는 정상 분만한 산모들의 모유 분비 상황을 보면 대략 유추할 수 있다. 곧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수유의 첫 먹거리는 모유인데도 산모들의 모유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지나야 정상적으로 분비된다.

 

따라서 초유를 수유하기 전까지 신생아들이 굶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데도 신생아를 하루 정도 굶기는 것을 병원도 산모도 참지 못한다. 필자도 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분유를 먹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끝내는 “그러면 모유를 먹기 전에 맹물만 먹여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병원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째, 부담이 되는 다양한 접촉

그 밖에 다양한 오관의 감각을 통하여 들어오는 정보가 부담된다. 곧 강한 빛과 더불어 큰 소리도 부담이 되고 낯선 물체와 낯선 사람들의 접촉도 부담이 된다. 특히 냄새에 대한 부분은 무의식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아이들에게 크게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오관의 감각이 선명하지 않아 낯선 환경에 대해 완충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후각만은 온전하게 작동되어서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동시에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생아의 첫 번째 냄새는 병원의 냄새라서 안타까움이 있다. 병원을 벗어난 이후에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좋은 냄새를 각인시켜 아이를 안정시키도록 해야 한다.

 

신생아에게 위에 열거한 부담들이 겹쳐지게 되면 아이들은 쉽게 잠들기 어렵고 깊은 수면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육체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기체증’이라하고 이를 해소하여 아이들을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밤낮이 바뀌어 깊은 잠을 못 자는 증상(야제증)

 

깊은 잠을 못 자는 증상은 야제증, 야경증, 불면증 등이 있다. 원인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특히 야제증은 신생아에게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태어나서 수면의 밤낮이 바뀐 모습인데 오히려 낮에 잘 자며 대부분 100일 지나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야제증의 대표적인 어려움은 밤에 자지 않고 생생하다가 새벽녘에 잠이 든다는 것이다. 둘째 약간 보채는 정도고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간혹 리듬이 바뀐 때에는 대부분 약간의 산통을 동반한다. 넷째 100일이 지나면서 밤낮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에 아이들의 백일을 챙겨주는 의식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약 265일을 지내다가 태어나서 100일이 된 아이는 생명체로 존재한 지 1년이 되는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백일을 맞았다는 것은 생체 리듬상 사계절의 변화를 감응하고 이제는 적응하기 시작한 시점을 알리는 이정표다. 따라서 100일 이후로는 쉽게 사계절의 변화에 적응하여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쉽고 깊게 잘 수 있게 된다.

 

곧 100일 이전에 밤낮이 바뀐 아이들의 수면이 불안정한 것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기체증이 발생해서 아이가 건강한 생활리듬을 놓친 모습이다.

 

앞서 설명한 아이들의 부담을 어른의 경우로 비유한다면 일반인이 북극의 에스키모 마을에 벌거벗겨진 채 말도 통하지 않고, 힘이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로 노출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관과 정서적으로 접하는 모든 환경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보살핌을 얻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방법이 없는 극한의 환경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생사를 가름하는 절대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생체리듬이 흐트러진 모습이다.

 

그러므로 신생아가 쉽고 깊게 잠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수면자체의 효과와 더불어 인체가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밤낮이 바뀐 아이가 잠을 잘 자도록 조치하는 것은 아이의 모든 대사가 정상으로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정상적인 리듬을 찾아주고 있다.

 

그러므로 야제증의 정도가 심하다면 한방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상 절대 필요하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집에서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보자.

 

1. 자기 전에 아기를 목욕시킨다.

아이를 목욕시키면 피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모공이 열리면서 기혈의 소통이 좋아지는데 이때 약한 기체는 풀리거나 완화된다. 다만, 목욕물 온도를 40℃에서 하다가 30℃로 옮겨서 하는 식으로 온도변화를 주면 효과가 좋다.

 

2. 피부를 드러낸다.

아기의 피부는 과보호되어 있다. 배내옷에 손발이 결박되듯 똘똘 말려서 가만히 누워 있으니 당연히 답답함과 울체가 생긴다. 이럴 때는 아이의 피부를 드러내도록 한다. 윗바람(웃풍)이 없는 방에서 옷을 살짝 벗겨서 아기를 뉘어 놓는다. 아기가 자라서 몸을 가눌 정도가 되면 절대 덮고 자지 않으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안심하고 아기의 피부를 외부에 노출시켜 주면 울체된 것이 풀린다.

 

3. 분유(모유)를 한 번 거르거나 하루 정도 양을 줄인다.

아이 기혈의 순환은 비위(지라와 위장)의 작용에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기체가 일어나면 비위의 기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밤낮이 바뀐 아이 중에는 밤에 먹는 양이 느는 경우가 많다. 많이 먹고 끊임없이 먹으려 한다. 이때 반대로 과감하게 먹는 양을 줄이면 기체가 풀린다. 한 끼를 거르거나 먹는 양을 절반 이하로 줄여 보도록 한다.

 

 

4. 주위 환경을 서늘하게 해준다.

밤에는 기운이 깜깜하고 조용하고 차갑게 안정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기운 변화로 인해 주변 기운이 맞지 않는 아이는 괴로워한다. 대개 아이는 무조건 따뜻하게 해주어야 좋은 것으로 아는데 오히려 밤에는 서늘하게 해주어야 아이가 적응하기 쉽다.

 

5. 적당한 소음성 음악이 필요하다.

시끄러운 소리와 고요함 모두 금물이다. 아이가 느끼는 가장 편안한 환경은 태중의 엄마 뱃속이다. 규칙적인 심장음, 불규칙한 혈류음, 장의 운동에 따른 복명음(배가 꾸르륵거리는 소리), 외부의 아련한 소음 등이 복합된 것 같은 약간의 시끄러움이 필요하다.

 

6. 심리적 안정감 유지 - 곁에 엄마가 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가장 발달한 감각은 후각으로 곧 엄마의 냄새를 먼저 맡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혹 냄새에 집착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엄마의 냄새와 전체적인 향취가 아이를 안정시킨다. 그리고 집안 전체의 색과 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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