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쳐 죽일
비비놈아
비비야
비비선생
비비새, 비비추는
내 익히 들었다만
무신 책, 무신 장면에
등장하는 이름인고?
책만 잡았다 하면 눈꺼풀이 축 처지니
설령 읽었다 한들 기억이나 나겠느냐
인명 편 찢어진 부분에 살짝 나오고 없느니라
아하! 그 찢어진 책?
나도 전에 읽었다오
근데 참말로
무엇이든 다 잡아묵소?
생고기 썩은 고기도
안 가리고 잡수신다
자란만 갱물에 사는
치들도 잡아묵소?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털치 준치 말하는가?
만난 것, 아작을 내어
비늘 째 먹고 싶다
펄펄 튀는 여치에
뻔득뻔득 산갈치
뿔 두 개에 다리가 넷,
꼬리 달린 송치*는?
육회든 숯불구이든
통째로 씹어보자
입은 욕바가지
마음은 놀부 심보
대가리는 꼴통에다
뱃거죽은 똥자루인
양반도 설마 묵겄나
이것만은 못 묵겄제?
쟁반 위의 양반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딱 한 놈 모자라는
백 놈을 먹었으니
승천이 머잖았구나
고맙도다 횟감이여
※송치: 송아지의 경상도 방언

<해설>
오광대놀이에선 주로 춤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흥이 나면 간혹 재담을 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란만 갱물에 사는 / 치들도 잡아 묵소? /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 털치 준치 말하는가?” 이런 재미있는 말부림도 슬쩍 마당놀이에서 할 때가 있다.
시에서는 재담의 한 부분을 내 나름대로 원용하여 쓴 것이다.
“대가리는 꼴통에다 / 뱃거죽은 똥자루인”, “쟁반 위의 양반이라! /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등은 시인이 그 흐름에 맞춰 만들어 본 말들이다.
양반은 양반대로 비비는 비비대로 서로서로 말을 주워섬기며 극을 좀더 극적으로 끌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