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수송영지도> 경매에 나온다

  • 등록 2023.02.15 12: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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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의 대표적인 소재 ‘여인상’도 풀품
서울옥션, 2023년 첫 메이저 경매 <171회 미술품 경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옥션은 2023년 첫 오프라인 경매 <제171회 미술품 경매>를 2월 28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연다. 모두 114점, 약 106억 원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 고미술품 부분에는 겸재 정선의 <수송영지도>, 1748년에 김희재 그린 <석천한유도>, 화려한 나전의 ‘화형반’,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고적도보》 제15권 도자편에 수록된 <백자청화오리형연적(白磁靑畵鴨形硯滴)> 등이 눈에 띈다.

 

그밖에 1955년 대한미술협회전 대통령상 수상작인 천경자의 <‘정’(靜)>을 포함해 근현대, 나라 밖 미술품도 출품된다.

 

특히 <수송영지도>는 묵으로 뻗친 송엽가지를 좌우로 늘어뜨린 채 하늘을 향해 곧게 몸을 뻗은 그림으로 항간에 알려진 겸재의 노송영지와는 형태적 차이가 있다. <노송영지도> 역시 축수(祝壽)를 염원하는 것이긴 하나 노송이라 함은 굽은 모습이 완연하고 송엽 가득한 오래된 소나무가 더 자연스럽기에, 곧고 송엽의 무성함이 덜한 위 작품은 목숨 ‘수(壽)’의 형태를 띤 <수송영지도>라 부르는 게 구분이 수월치 않을까 한다.

 

 

<수송영지도>는 겸재의 다른 작품에 견줘 큰 편에 속하는 대작으로, 소나무와 영지를 그림에 있어 오로지 수묵으로만 일관해 고고한 멋을 풍긴다. 종이를 방망이로 두들겨 질기게 만든 고급 도침장지에 두 개의 붓을 쥐고 갑옷처럼 두꺼운 소나무껍질을 그려냈는데, 일률적인 붓놀림 속에서도 먹의 농담을 조율해 작품에 운율을 담아냈다. 비록 도침장지라 농묵의 강렬함과 필치의 꼿꼿함은 다른 종이에 비해 덜하지만 그 다딤질로 질겨진 종이의 특성 덕에 300년 가까이 완연한 상태로 버텨낸 것이라 짐작된다.

 

이 출품작을 그린 때는 겸재의 50대 중기로 추정하는바, 몸통을 우뚝 세운 풍채의 당당함과 거침없는 쌍필의 운용에서 의기충천한 50대 겸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으뜸 화가라 불리며 예술인생의 방점을 찍은 대 겸재의 <수송영지도>.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화성(畵聖) 정선이 남긴 귀한 유산이다. 경매 예상가는 450,000,000 – 600,000,000이다.

 

또 다른 고미술품 출품작 가운데 <석천한유도>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해당 작품은 단순히 산수인물화가 아닌 사인풍속화(士人風俗)이자 초상화의 하나로, 작품 내 한가롭게 정취를 즐기는 이는 실존 인물이자 조선 후기 전라우수사(全羅右水使), 경상좌병사(慶尙左兵使) 등을 지낸 무신 전일상(田日祥, 1700-1753)이다.

 

 

김희성으로도 불리던 작가 불염재 김희겸은 겸재 정선의 문하에서 배운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으로, 당대 주요한 문사로서 다수의 궁중 화업에 참여했다. 특히 1748년 숙종의 영정 모사도감(肅宗影幀摸寫都監)에 소속되어 동참화사로서 어진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는 김희겸이 산수ㆍ화조ㆍ영모 말고도 초상 화가로서 인정받았음을 방증한다. 또한, 이로써 곧 전일상의 초상 제작에 발탁되는 계기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희겸의 작품은 동시대 화가들에 견줘 전하는 작품이 많지 않으며, 그 가운데서도 초상화는 이번 출품작 포함 같은 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전운상ㆍ전일상 초상 정도이다. 출품작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이력을 갖춘 작품이다.

 

또한 섬세하고 화려한 나전이 눈길을 끄는 화형반도 출품됐다. 무늬를 살펴보면 크기가 작은 자개를 사용해 모란당초를 꾸몄고, 그 표면에 오목새김(음각)으로 잎맥을 새기는 모조법을 사용하는 등 전통 나전칠기의 특징이 확인된다. 또한 넝쿨 줄기는 나전을 가늘게 실처럼 잘라내 연결하는 끊음질 기법을 통해 표현했고, 그 무늬 사이에 여백을 두는 등 조선 전기 나전의 특징도 드러난다. 이와 형태와 무늬가 비슷한 작품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견줘 볼 만하다.

 

 

조선 전기의 나전칠기는 그 수량이 적어 희귀하며, 전하는 작품들 또한 오랜 세월로 나전이 유실되거나 상태가 온전치 못한데 견줘 이번 출품작은 나전이 떨어진 데 없이 보존 상태가 좋아 그 값어치를 더한다. 경매 예상가는 5억 원-6억 원이다.

 

이와 함께 1935년에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고적도보》 제15권 도자편에 수록된 <백자청화오리형연적(白磁靑畵鴨形硯滴)>이 보이는데 당시 조선은행 총재였던 마쓰바라 준이치松原純, 1884-죽은 해 모름)가 소장했던 21점 가운데 하나다. 《조선고적도보》는 지금도 문화재 연구와 복원에 학술적 자료로 사용되는 자료다. 출품작 또한 당시 조형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이 책에 실려 관리되어왔고, 나라 밖으로 빠져나간 뒤 오랜 세월을 거쳐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오리는 예로부터 부부 화합과 장원 급제를 의미하는데, 이를 능숙한 솜씨로 깎아 빚은 상형연적이다. 조선 후기 상형연적은 해태, 개구리, 닭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지만, 오리 형태는 그 예가 적은 편이다. 작품의 윗부분에는 오리 부리, 몸통에는 청화를 점처럼 찍은 무늬와 매화 무늬, 아랫부분에는 독특한 연꽃이 감싼 모습을 하고 있어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세밀히 신경 쓴 도공의 정성이 느껴진다.

 

또한 근현대 작품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50년대 그린 천경자의 대표적인 소재 ‘여인상’이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인 여인상과 새로운 여성 이미지에 대한 모색이 함께 이루어졌다. 1955년에 제작된 이번 출품작은 고향을 뒤로하고 상경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때의 작품으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작품의 형식이나 표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작품에 사실적인 화풍은 점차 사라지고, 주황과 적색이 가득한 색채로 바뀌며 환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 화면이 만들어진다. 이번 출품작은 천경자의 초기 대표작으로 여인상이 시작되는 중요한 작품이자,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천경자가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만들어 준 작품이다. 대한미술협회는 1945년 11월 결성되었던 조선미술가협회가 확대 재편된 대표적인 미술단체로, 1950년 4월 제1회 대한미술협회전을 연 뒤 해마다 1~2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출품작을 보면 배경과 인물의 배치가 대담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해바라기들은 햇빛을 받지 못한 듯 큰 꽃을 지탱하기 버거운 모양으로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는 놀라 불안하고 긴장된 얼굴로 옆을 응시한다. 이와 함께 보랏빛과 붉은빛이 감도는 배경이 전반적으로 신비로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매 예상가는 9억~12억 원이다.

 

이 밖에 나라 밖 출품작으로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Untitled>, 마리 로랑생의 <La Musique Music>와 레이디 가가의 삼페인 <돔 페리뇽> 등이 있다.

 

이번 <제171회 미술품 경매>는 2월 28일 저녁 4시에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며, 이에 앞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본 경매의 미리보기를 진행한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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