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부산은 참 특별한 도시다. 바다가 있어 다양한 풍경과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연중 관광객들이 넘치는 곳이지만 험준한 산기슭에 들어서다 보니 땅이 좁아 도시가 산비탈을 따라 위로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도심은 용두산을 끼고 형성돼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전망탑이 있는 용두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기 이를 데 없다. 예로부터 40계단이 만들어져 그 이름이 지금도 남아있다.
중앙동이라는 데에 하룻밤을 잘 기회가 있어 아침에 나와서 걸어보니 보지 못하던 부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곧 용두산 쪽으로 다닥닥닥 위로 가며 붙어있는 집들을 연결하는 길과 계단들이 구경하는 것으로도 색다른 볼거리가 되더라는 것이다. 나는 사진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위로만 뻗어올라갈 수밖에 없는 부산이란 지형적인 조건에 따라 형성된 수직도시의 몇몇 얼굴들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그것이 바다와 생선회와 영화제와 해수욕장 등 수평적으로 이뤄진 화려한 얼굴의 뒤편에 있는 부산의 대조적인 속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동 책방거리에서 봄이 오는 길목의 부산 아침산책은 끝난다. 닫혀있던 책방들이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개발의 손길들이 이 골목에도 밀려오지만 그래도 이 골목은 우리들의 정신의 궤적이 남아 묻혀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부산에 있을 2년 동안, 그리고 서울에 올라간 다음에도 시간이 되면 들려, 이곳 책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곤 했었다.
책을 보지 않는 시대, 책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작아진 우리의 주거공간. 그런 상황 속에 점점 갈 곳을 잃는 책들이 무게로 달아 불 속으로 넘겨지지 않고 계속 좋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남아있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나라 유일의 책방골목이 된 이 보수동 입구, 하늘로 쌓아 올라간 책탑에 수직도시 부산의 미래에 대한 작은 염원을 다시 불어넣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