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망종, 이 무렵 ‘보릿고개’ 넘기 어려워

2023.06.06 09:54:2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입니다.

 

그런데 보리 베기 전에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6월 7일 치 동아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고개를 못 넘어 죽을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나옵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 무렵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 안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방귀 길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나왔을까요. 이제 우리 겨레도 '보릿고개'란 말을 잊게 되었지만, 살이 쪄서 ‘살 빼기’가 이야깃거리인 요즘에도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주변에 보릿고개로 고통받은 이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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