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0’, 중국어와 몽골어 병음으로 쓰자

  • 등록 2023.06.27 1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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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20’의 확산 방법(2)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1]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지난번 19번째 이야기에서 문자라는 것은 말을 표기하는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 기술을 수정하거나 아예 다른 기술로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번째 이야기에서 여러 번 문자를 바꾸어 쓴 몽골을 예로 들었습니다. 물론 여러 번 바꾼 것이 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였을 뿐입니다. 우리 한글은 어떨까요?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외래어 표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외래어표기법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지금도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만 외래어표기법이지 사실상 외래어가 아직 안 된 순수한 외국어 표기에도 ‘외국어는 외래어표기법으로 표기한다’라는 규정을 두어 강제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 우리가 접하는 외국어의 위상은 천지 차이가 나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외래어표기법’을 없애고 ‘외국어 표기법’을 현실에 맞게 만들어 내야 합니다.

 

우리는 한글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앞으로 세계 문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찌아찌아를 세계 무대로 가는 출발점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찌아찌아는 외래어표기법을 어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에는 외면합니다.

 

 

위 그림은 13번째 이야기에서 보였던 찌아찌아족의 도로표지입니다. ‘띵까하’라는 된소리를 쓰면 안 된다는 외래어표기법을 어겼으며 ‘을리ᄫᅮ’의 ‘ᄫᅮ’는 지금 없는 글자입니다. 외래어표기법은 현행 한글의 글자만을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을리’는 ‘ᄙᅵ’자를 쓸 수 없어 만들어 낸 ‘묘수(trick)’입니다. 사실 개화기 지석영 선생이 제안한 일이 있었습니다. (9번째 이야기 참조).

 

이렇게 외래어표기법을 어겼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이나 옹호하는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한글날이면 찌아찌아는 우리의 자랑거리로 언론의 단골 소재가 됩니다. 이제 15년이 되어 가는데 더 이상의 한글 수출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을리ᄫᅮ’를 훈민정음 정신에 의해 제대로 표기하면 ‘ᄙᅵᅄᅮ’가 됩니다. ‘한글20’도 이를 따릅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주장하는 것은 한 마디로 ‘외래어표기법’을 버리고 새로운 ‘외국어 표기법’을 만들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글20’을 제안한 것입니다.(18번째 이야기 참조) ‘한글20’은 기본 자음과 모음이 각 10개씩으로 이루어지며 이들을 합자하여 어떤 발음이라도 변별력 있게 표기할 수 있는 훈민정음 기반의 새로운 문자체제라 하겠습니다.

 

‘한글20’을 중국어 한글병음으로

 

‘한글20’은 비단 우리나라에서 외국어 표기뿐 아니라 다른 언어의 발음표기에도 편히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훈민정음의 의도였습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뒤 즉시 우리말의 한자자전 《동국정운(東國正韻)》을 만들고 훈민정음으로 훈을 달았으며 뒤이어 중국어 자전 《홍무정운》에도 훈민정음으로 그들의 발음을 써서 홍무정운역훈을 만들도록 했던 것입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한자의 발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불편하여 그냥 입으로 따라서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도 훈민정음이 생기기 전에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당에 가서 무조건 하늘천따지 하며 외웠던 것입니다.

 

훈민정음이 생기고 홍무정운역훈이 나온 지 60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는 중국어를 배울 때 한자의 발음을 로마자 병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이는 15번째 이야기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언어도단입니다. 말이 안 됩니다. 중국어 발음을 당연히 한글로 표기하여 배우도록 하여야지요. 물론 중국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는데 이는 하늘이 만들어 준 한글세계화의 실험실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중국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다 보면 한국에 와서 사는 중국 조선족들이 따라 사용하게 될 것이며 편리성이 널리 인정되어 일부 중국인도 쓰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조선족들은 중국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한글로 발음을 써서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 편리한 방법은 결국 중국 본토로 건너가 퍼지게 될 것이며 이들도 우리가 경험한 대로 국한문 혼용 혹은 병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글세계화의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입니다.

 

‘한글20’을 몽골어 공통병음으로

 

지난번 이야기에서 몽골은 하나의 언어를 쓰는데 3개의 문자가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언어를 여러 개의 문자로 표기하는 사례는 없거나 드믑니다. 캐나다는 두 개의 언어를 하나의 문자, 로마자로 표기합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텔루구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데 각각 고유 문자를 사용합니다. 인도네시아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데 인도네시아어는 로마자, 자바어와 수마트라어는 각각 그들 고유 문자를 사용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국가가 다언어 다문자의 고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 국민은 언어와 문자로 인한 불편을 넘어 언어장벽이 생겨서 나라가 분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한글20’ 승강장(플랫폼)을 만들어 이들 언어의 발음을 한글로 입력해 원하는 문자로 출력해 주도록 해 준다면 이런 불편과 문자로 인한 장벽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 시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글 세계화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124.5억 달러에 달해 가전(86.7억)과, 이차전지(86.7억), 전기차(69.9억)보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화컨텐츠의 수출은 화장품, 관광, 출판 등 다른 분야의 수출을 견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문화강국이 된 데에는 한글의 역할이 컸으리라 봅니다. 한글의 세계화는 이 모든 것을 더욱 촉진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선진 강국으로 만드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글20’의 전파를 위해 한글을 세계 시각장애인의 문자로 만들자고 제언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어떤 언어를 쓰든 자기 언어의 문자를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발음기반의 한글이 그들의 문자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신부용 전 KAIST 교수 byt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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