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감독이 만든 윤동주 다큐영화와 추도회

2024.02.23 11:43:15

손장희 감독의 영화 『高原타카하라』 상영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에서 3월이 되면, 사람들은 유관순 누나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앞서 2월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윤동주 시인’을 먼저 떠 올린다. 1917년 12월 30일에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일제의 고문을 받고 27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청년 윤동주.

 

사실 내가 윤동주 시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2월’은 나에게 맹숭맹숭했다. 그런 내가 해마다 2월이면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 일본인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전국 각지에서 조선청년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 일본인들을 취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2월은 ‘윤동주’가 자리 잡았다. (일본인들의 윤동주 추도 모임은 기사 맨아래 참조)

 

 

 

해마다 2월이면 일본 도쿄를 비롯하여, 교토, 후쿠오카 등에서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 일본인들의 기사를 쓰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한국인들의 윤동주 추도는?’이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정작 내나라에서는 누가, 어디서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지 알길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말없이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 젊은 영화감독을 알게 되었다. 손장희 감독이 그 사람이다. 올해도 손 감독은 2월 들어 국내 2곳에서 윤동주 시인을 추도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이윤옥 선생님! 안녕하세요? 손장희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윤동주 시인 추도 영화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2월 15일(목) 진주문고 본점 여서재에서 진행된 '시인 윤동주 79주기 다큐멘터리 상영회'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 교수님의 <윤동주의 생애>라는 글을 다 같이 읽고 나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상영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새로운 길>을 낭독하며 마쳤습니다. 그리고 2월 16일(금) 죽향(竹香)에서 진행된, '윤동주 79주년 기념 <타카하라> 다큐멘터리 감상 및 차담'에서 영화 상영 뒤 현장에 계신 분 한 분 한 분과의 질의응답보다는 다 같이 윤동주 시인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차담 뒤에는 <서시>를 낭독하며 끝냈습니다.”

 

 

 

기자가 손장희 영화감독을 알게 된 것은 6년 전으로 그가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2020년 교토예술대학으로 변경) 영화학부 영화과에 재학 중일 때였다. 그는 졸업작품으로 시인 윤동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예정인데 나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가 졸업작품 제목으로 정한 영화 『高原타카하라』는 1942년 10월부터 1943년 7월 14일까지, 시인 윤동주가 교토 유학생활 중 하숙집이 있던 곳이다. 그는 이곳을 중심으로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풀어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손 감독이 유학한 교토예술대학이 들어선 자리가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이 있던 자리였으니 젊은 유학생 손장희의 가슴에 떠오르던 윤동주의 감회는 남달랐으리라.

 

이후 손장희 감독은 졸업작품으로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을 중심으로 만든 『高原타카하라』를 가지고 나라 안팎에서 윤동주를 추도하고, 윤동주를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윤동주 영화’라기 보다는 나라를 강탈당한 식민지 조선 출신의 피 끓는 젊은이의 절규요, 누천년 평화를 사랑해 오던 조선인의 인류애의 발현이요, 미래에 전쟁과 이웃나라 침탈을 온몸으로 막고자 몸부림쳤던 젊은 청년의 애끓는 외침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2월에 한국땅에서 누가 윤동주를 기억하고 추모하는가?’라는 의문은 이제 풀렸다. 그리고 안도의 숨을 쉬어본다. 젊은 영화감독 손장희 그리고 그가 만든 영화 『高原타카하라』가 우리 곁에서 2월, 아니 유관순 누나의 3월을 넘어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서 윤동주를 추도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 각지의 대표적인 윤동주 시인 추도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추도회 시작 연도이며, 지역 이름 뒤에는 2024년 추도회 일정임.)

 

1)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2008년, 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도쿄, 2024. 2.18

1) 후쿠오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1994년, 福岡・尹東柱の詩を読む会)// 후쿠오카, 2024. 2.17

3) 도시샤대학코리아동창회(1995년, 同志社大学コリア同窓会)//교토, 2024.2.10

4) 교토예술대학 윤동주 추도회 헌화식(京都藝術大學 尹東柱追悼会獻花式)//교토, 2024. 2.16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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