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민주당이 공천만 제대로 했다면 야당이 200석을 넘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심은 분명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대통령이 바뀔까요? 대통령의 그동안 행태로 보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이 대부분 정치평론가들 얘기인 것 같더군요.
총선을 앞두고 일부 법조인 후보들이 변호사 시절 흉악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퇴한 후보도 있었고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 기본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닌데…
제가 13년 전에도 이 문제로 법률신문에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라는 칼럼을 썼었는데, 지금도 그 분위기는 전혀 바뀐 것이 없군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아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제가 13년 전에 쓴 글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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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들이 부산저축은행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을 찾아가 집단 항의하여 그 법인으로 하여금 사임계를 제출하게 하고, 심지어는 모 법무법인이 예금보험공사를 대리하여 출입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하자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변호사들을 감금까지 했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부실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벌어 저축한 돈이 날아가게 생긴 피해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변호사를 감금하기까지 하는 것은 이미 그 도가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 변호인 입장에서는 변론권 - 를 침해하는 사례는 비단 요즈음의 문제만은 아니며,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 오고 있다. 오죽하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이 신변 위협을 느낄 경우 회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회원지킴이 콜서비스’를 2009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겠는가?
이런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놈들을 변호할 수 있느냐? 그런 파렴치범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다 한 통속이 아니냐?’라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고, 나아가 그 단서에 ‘다만,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라고 하여 오히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인을 붙여주라고 하고 있다.
헌법이 이렇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선언하고 있기에, 피의자를 체포, 구속할 때는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하는 것이고, 변호사 윤리장전에서도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악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나름대로 노력 등 재판부에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며, 자기에게 씌워진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법률적으로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며, 이런 것이 다 필요 없다고 한다면 굳이 재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에서 마녀재판, 인민재판, 여론재판 등의 폐해를 보아왔기에 헌법에서 이런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헌법상의 권리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이해시켜야 하고, 또 변호사는 단지 돈만 좇을 뿐 정의는 외면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리고 판사도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는 쉽게 나온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반면, 또한 여론에 휘둘려 양심에 반하는 재판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악인도 변호 받을 권리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