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마음 좋은 사람으로 산 백범 김구

2024.06.24 11:29:30

《나의 소원》, 현상선 글, 송아지 그림, 백범김구기념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얼굴 좋은 것이 (相好)

몸 좋은 것만 못하고 (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身好)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不如心好)

 

마음 좋은 사람, 호심인(好心人). 마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김구 선생은 이렇게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할 때든, 그 일이 ‘곧고 옳은 일인지 잘 판단하고, 실천하며, 또 그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 말은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법.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렵다.

 

이 책, 현상선의 《나의 소원》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펴낸 그림책이다. 김구가 평생토록 추구한 가치, ‘마음 좋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어릴 때의 일화를 풀어낸다. 메시지가 단순한 것 같아도 독자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창암’이 겪은 일에서 시작한다. 창암은 김구의 어릴 적 이름이다. 창암의 집안은 상민이었다. 그가 살던 해주의 양반들은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배어있어서인지, 상민을 무시하고 천대했다. 창암의 할아버지가 양반들이 쓰는 갓을 쓰자 옆 마을 양반들이 갓을 뺏어 찢어놓기도 했다. 신분의식이 비교적 희미해진 구한말이었는데도 신분제의 그늘은 넓고 깊었다.

 

캄캄한 밤입니다.

할아버지가 커다란 갓을 쓰고 길을 갑니다.

창암이는 그런 할아버지가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옆 마을에 사는 양반들이 할아버지 갓을 뺏어 다 찢어놓았습니다.

양반도 아닌 할아버지가

양반들이 쓰는 갓을 썼다고 호통을 칩니다.

창암이는 그런 사람들이 참 싫습니다.

 

이런 수모를 지켜본 창암이는 양반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를 졸라 서당에 다니게 해달라고 했다. 양반이 되려면 과거에 급제해 벼슬을 해야 하고, 급제하려면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선생님 한 분을 모셔와 집안에 서당을 열었다. 창암은 동네 아이들과 열심히 공부했다.

 

오늘은 과거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창암이도 과거 시험을 보러 왔습니다.

과거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은 참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남의 글을 베껴서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주고 글을 사서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창암이는 실망했습니다.

양반이 되겠다던 창암이 소원은 이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창암이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산에 가도 모르겠습니다. 강에 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거 시험을 치러 간 창암은 실망하고 만다. 과거제도의 문란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실은 이때 한양의 일부 권문세가가 벼슬을 독점하고 과거제도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였다. 이런 현실을 몰랐던 창암은 현실에 크게 좌절했고, ‘양반’이라는 목표에서 눈을 돌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창암이 마음속에서 자꾸 맴도는 말이 있습니다.

“얼굴 잘생긴 것보다, 마음 좋은 것이 더 좋다.”

오늘 책에서 본 말입니다.

(..줄임..)

선생이 생각하는 ‘마음 좋은 사람’은

무슨 일을 할 때든,

그 일이 ‘곧고 옳은 일인지 잘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며,

또 그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또 통일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 좋은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곧고 옳은 일인지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며, 또 꾸준히 실천하는 것. 소년 창암이 세웠던 이러한 뜻은 그의 생애 전반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날 ‘수저론’이 대세가 되어 타고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조롱당하고, ‘어떤 사람이 될지’보다 ‘무엇이 될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에 '마음 좋은 사람'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옳은 일을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고, 그것을 또 꾸준히 하기야말로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백범 김구의 삶은 여러모로 존경할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그 어려운 걸 끝까지 노력한 삶의 자세가 가장 훌륭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백범김구기념관이 있는 효창공원에는 임시정부 주요 인사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효창공원에도 가보고, 백범 김구 선생이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백범일지》와 원하는 '국가상(像)'을 밝힌 《나의 소원》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던 그가 어떻게 일생을 일구어 갔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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