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는 12월 1일(일) 저녁 5시, 서울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김연정의 승무와 태평춤 이야기 – <춤이 말을 걸다>’ 공연이 펼쳐진다. 이에 무대에 오를 춤꾼 김연정을 만나 이번 공연을 하게 된 배경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어떻게 한국춤에 빠지게 되었습니까?
“5살 무렵 언니를 따라 춤을 배우다가, 중학교 들어갈 무렵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겨, 선화예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선화예고를 나와서 서울대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이후 이애주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께 승무를 중심으로 여러 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공연을 승무와 태평무로 한정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애주 선생님께서도 승무가 우리 춤의 중심이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저도 승무가 또 모든 한국춤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단도 여러 가지가 다 들어가 있고 또 북도 쳐야 하고 춤도 느린 춤부터 빠른 춤까지 다 있고, 그리고 철학적인 깊이도 있어서 승무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태평춤은 한성준, 한영숙 선생님으로 이어 내려온 춤인데 경기도당굿의 악과 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우리춤의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어떤 춤보다도 살아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애주 선생님이 70, 80년대 시대의 아프고 힘든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지요. 저는 그런 선생님의 태평춤을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춤을 거듭 재구성해 간 스승의 마음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사람들에게 승무를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조지훈의 ‘승무’란 시는 아는데 실제 승무를 보았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의 훌륭한 그리고 한국춤의 기본이 되는 승무 그리고 태평춤에 한정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춤을 추고 이야기도 하는 흔히 말하는 렉쳐콘서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전통춤 세계에 들어오는 진입장벽이 조금이라도 낮추어진다면, 많은 사람이 우리 춤의 아름다움과 철학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말씀 가운데 조지훈 시인의 ‘승무’ 얘기도 있었는데 저도 그 시를 봐서 그러는지 승무를 볼 때마다 춤의 아름다움과 깊이도 느끼지만, 언뜻언뜻 비치는 버선코가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승무를 추시는 분으로서는 승무는 어떤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승무를 따라가다 보면 땅속에서 하나의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나면서 꽃 피고 나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들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어찌 보면 강하게 주어진 시련과 맞서 싸우는 느낌도 있고 그렇게 해서 다 풀어지고 나면 다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그다음 생명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승무에는 들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생명의 순환, 질서의 원리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춤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이런 춤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그걸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승무를 여러 번 보았지만, 이렇게 진솔한 그리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 그러면 다음으로 태평춤은 어떤 춤이며, 태평무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요?
”사실 지금 ‘태평무’란 이름으로 무형유산이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맨 처음에는 한성준 선생님이 경기도당굿에서 착안하셔서 만들 었는데 이애주 선생님이 이를 받아서 원형 춤사위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생각에서 ‘태평춤’이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선생님들의 뜻에 따라 저도 이번 공연에 올리는 것이구요."
- 따로 이애주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지만, 그동안 이애주 선생님께서 우리춤을 올곧게 추어오시고 사회의 아픔도 모르는 체하시지 않았던 점에서 저는 그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제자로서 가까이 모시던 이애주 선생님을 소개해 주십시오.
”선생님은 전통춤을 곱게 잘 이어가신 것은 물론이었죠. 우리 문화의 주체성을 갖고 어떻게 우리 것을 잘 지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눈을 감고 오로지 춤만 생각하는 그런 분은 아니었습니다. 시대와 사회가 아플 때 내몸의 일부가 아픈 것처럼 느끼셨던 분입니다. 서울대 교수로 계실 때 선생님은 ‘학생들이 나가서 죽어가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춤밖에 없으니 춤을 추어서 동참해야 하겠다.’라고 하시면서 춤을 추실 때 그게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고 할까요?“
- 어떤 이들은 지금 한국 춤꾼들 일부에 일본식의 교태가 잘못 끼어들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교방을 통해서 우리 춤이 전해지고 일제강점기에 권번문화가 들어오면서 그런 변색된 지점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춤은 그냥 그렇게 춰야 되나보다 무심코 따라 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한국 춤은 저런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특히 이애주 선생님께서도 춤추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짙은 화장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춤을 막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셨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서 나오는 몸짓이고, 기쁨이고 환희여야 하는데 쓸데없는 교태나 웃음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 그럼 진정한 한국춤은 무엇일까요?
”한국의 춤, 한국의 몸짓들은 자연을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자연의 움직임, 자연과 가장 조화롭게 움직이는 그런 것들이 우리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정중동의 이야기도 사실은 이 땅에서 씨앗이 싹을 키워서 나무가 자라고 할 때도 보고 있으면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자연의 움직임, 자연과의 조화를 담고 그것을 그걸 통해서 순화할 수 있는 마음 이런 것이 우리 춤에 담겨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특별한 계획이라기 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추어나가고 대중에게 우리춤의 깊은 멋을 알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에 전통문화를 더 깊이 아는 것이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반 대중에게는 전통이 가지는 힘을, 춤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통춤을 추려고 하는 다음 세대들에게는 세상에 대해 더 진지하고 넓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춤꾼 김연정, 그는 대담 내내 차분하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조용조용히 말하는 동안 춤에 관한, 우리 문화에 관한 분명한 소신을 드러내면서도 의도적으로 과시하지 않는, 자연을 닮은 그런 춤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춤꾼을 접하면서 얻지 못했던 우리춤에 관한 많은 공부를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