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즈음 ‘보수’라는 개념이 헷갈립니다. ‘국민의힘’은 자기네가 정통보수당이라 하고, 태극기부대도 소위 ‘아스팔트 보수’라며 보수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보수’가 뭡니까? 한자로는 ‘保守’이니 뭘 보호하고 지킨다는 것입니다. 뭘 보호하고 지키자는 것일까요? 보통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법이 무엇입니까? 헌법 아닙니까? 그러므로 진정한 보수라면 우리나라 헌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먼저 이를 파괴하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름대로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77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지금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입니까? 대통령이 말하는 당위성이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좋습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맞다고 합시다. 그런데 헌법 제77조 4항에는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게 되어있고, 같은 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비상계엄 사태 아래에서라도 국회는 존속해야 함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계엄 해제 요구를 못하도록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으려고 하였고, 심지어는 많은 국회의원을 끌고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누가 보더라도 비상계엄 발동요건은 도저히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속속 드러나고 있는 다른 행위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것만으로도 형법 87조의 내란죄에 해당하거나, 최소한 형법 제89조의 내란미수에 해당합니다. 곧 형법 제87조의 구성요건에는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이 들어가 있는데, 국회는 3권 가운데의 하나인 입법에 해당하므로, 이는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이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므로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요. 그러나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어디까지나 헌법질서 안에서의 행위입니다. 궤변론자들은 국가 비상상황에서는 대통령은 헌법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왕정이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 헌법 제1조에서 민주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통치행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헌법질서를 파괴하려는 대통령의 행위는 도저히 통치행위로도 미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은 국민의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한 범죄자입니다.
그렇다면 자칫 무너질 뻔하였던 헌정질서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서 이러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은 순리입니다. 아니,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더한 헌정 파괴를 하려 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는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무려 85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이에 반대하였습니다. 자칭 보수당 국회의원이라는 이 85명의 국회의원이 보호하고 지키려고 하는 것은 헌정질서가 아니었나요? 그러면 무엇입니까?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를 지키려고 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수구(守舊)주의자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들이 주축으로 있는 ‘국민의힘’은 정통보수당이 아니라 수구당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들보다 더 맹목적으로 탄핵을 저지하려는 자유통일당 등 극우정당과 아스팔트 보수는 보수가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당과 진보당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국가를 이끌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건전한 진보당인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지는 않으나, 지금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말을 삼갑니다.
‘국민의힘’은 다수의 국회의원이 탄핵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탄핵을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나는 원래 수구당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해체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정통보수의 희망이 보이는 몇몇 여당정치인들이 주축이 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정통보수당이 나와야 합니다. 아!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