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주, 서종사에서 제1회 완창회를 준비하다

  • 등록 2025.01.21 12: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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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1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완창회의 시작은 1960년대 말, 박동진이 <국립국악원> 강당에서 약 5시간 남짓의 <흥보가>를 한 자리에서 부른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에 따라 박동진의 완창 발표회는 처음과 끝을 갖춘 판소리의 완전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는 점, 특히 완창 판소리가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장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는 이야기, 이러한 맥락에서 젊은 소리꾼, 노은주가 완창회를 준비해 왔다는 점도 분명 의미가 깊은 그 만의 판소리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당시 성경린 원장이 전해 준 말, “국립국악원은 공부하면서 월급도 받는 곳”'이라는 말에 매일 같이 새벽 출근을 하였다는 박동진의 이야기는 진정 명창의 길이 험난하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그가 열심히 연습하는 과정을 당시 젊은 연구원으로 있던 글쓴이도 여러 차례 볼 수가 있었다. 그는 매일 새벽, 그 앞 동네인 원서동에서 내려와 국악원 문을 두드리고는 곧바로 북을 들고 국악원 콘센트로 지은 창고 옆방으로 들어가 소리공부를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흥보가> 완창 발표를 시작으로 해서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등을 차례로 완창하였는데, 특히 인상에 남는 장면은 당시 명동에 있던 예술극장에서의 <춘향가> 공연이었다. 중간에 날달걀 두 개만 먹은 뒤, 8시간 창을 이어간 사실이다. 그의 완창회는 점차 다른 명창들에도 영향을 주어 판소리 완창회에 관심을 두고 도전하는 명창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계기를 만든 것이다.

 

오늘의 노은주도 판소리 창자들이 어렵다고 혀를 내두는 완창(完唱)발표회에 도전,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당연한 과제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 토막소리를 준비해서 발표하는 과정도 절대 만만치 않은 작업일진데, 이야기 한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설과 가락, 장단, 대사, 발림 등등을 갖추어 공개적으로 준비한다는 과정은 진정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명, 부담스럽고 힘든 작업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러한 발표회를 1회가 아니라, 4회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노력하는 젊은 소리꾼 노은주’라는 격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지난 10월 풍류극장에서 열렸던 노은주의 <제4회 흥보가 완창회>는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화제의 인물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 대목에서 그가 처음 경험했던 제1회 완창회 관련 이야기의 일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그가 전해 주는 경험담의 일부다.

 

“처음 제1회 완창 발표회 준비를 위해, 저는 2018년 양평에 있는 서종사에 들어갔어요. 절이 있는 곳은 민가(民家)가 보이지 않는 산골이었기에 소리를 연습하고, 집중하기엔 너무나 좋은 환경이어서 여름철에는 7~9월, 겨울에는 12~2월까지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절에서 스님들의 수행 시간처럼 계획을 짜고 연습하였습니다.

 

새벽 6시에 기상, 108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아침 공양 시간까지 목을 풀고, 이후 10~12시까지 흥보가 한바탕을 부릅니다. 다시 오후에는 3~6시까지 부분적인 연습을 한 뒤, 저녁에도 오전 시간과 같이 7~9시까지 한바탕을 이어서 연습합니다. 줄잡아도 하루 7시간 이상은 소리연습을 한 셈이지요.”

 

그에게 물었다. 완창회 준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되는데,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네, 소리꾼에게 있어 연습은 곧 생명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 몸이 아파 10여 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그래서 연습에 집중을 못한 적이 있었어요. 절망에 빠지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고민,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길은 운동을 시작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점심공양을 한 뒤, 물 한 병을 챙겨 매일 10킬로 이상 2만 걸음을 걸었어요, 처음에는 지치기도 하고 힘이 들어 중간에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스스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고 견디고 정해놓은 운동 코스를 완주했지요. 잘 아시겠지만, 절은 산속에 있어 겨울이 일찍 찾아오고 추운 날이 참 많아요. 눈이 오는 날에도 거르지 않고 걷고, 걷기를 1달 정도 하니까, 건강이 회복되어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흥보가> 한바탕씩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공기 좋은 산길을 걸으면서 판소리 연습을 한다는 그의 말은 건강과 소리, 양쪽을 동시에 챙기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작전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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