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십이가사 가운데 하나로인 궁중음악 ‘춘면곡(春眠曲)’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춘면(春眠)을 느즛 깨야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곧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대로 살을 만든 창문)을 반쯤 여니”로 시작하는 춘면곡은 임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한 사내가 기생집에 들러 봄의 운치에 빠져서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려는 심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육감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입니다.
《청구영언》을 비롯하여 《고금가곡(古今歌曲)》ㆍ《해동악부(海東樂府)》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ㆍ《고금기가(古今奇歌)》ㆍ《가곡원류(歌曲原流)〉 등의 가집류에 실려 전하기 때문에 이로 미루어 300년 전부터 부른 노래로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춘면곡>은 그동안 지은이를 모른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지양 교수의 책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에 보면 18세기 초의 문인 이하곤(李夏坤)의 문집 《두타초(頭陀草)》에서 '<춘면곡>은 진사 이희징(李喜徵)이 지은 것인데, 소리가 매우 슬프고도 청초하여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라고 나온다며, <춘면곡>의 지은이는 이희정임을 맑혔습니다.

<춘면곡>의 가사를 이어가다 보면 한 미인이 창을 반쯤 열고 아름다운 눈을 들어 관심의 시선을 주는데, "웃는 듯 반기는 듯"이라고 노래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봄날, 청춘의 설렘과 울렁이는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여인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적당한 착각 속에 빠져 자기 행복을 갈무리하고 있으니 참으로 절묘합니다. 이제 봄날도 갑니다. 김윤아의 노래 ‘봄날은 간다’에 보면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 아마도”라고 가사가 나오는데 춘면곡과는 다른 마음 저림을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