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

  • 등록 2025.08.11 11: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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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 김미애,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7)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이 펴낸 이 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은 안동 내앞마을에서 분연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떨치고 일어난 김동삼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만주의 호랑이’라 불릴 만큼 당당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옥사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김동삼도 예외가 아니었다. 1878년, 안동에서 태어나 나라가 힘없이 망해가는 모습을 청년기 내내 지켜본 그는 29살이 되던 1907년, 동지들과 안동에 협동학교를 세워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협동학교가 설립된 가산서당에서 4년을 보낸 그는 33살이 되던 1911년, 만주로 떠나 유하현 삼원포에 경학사를 세웠다. 경학사로 독립운동가를 양성한 뒤 1915년, 팔리초 소배차에 비밀군사 기지인 백서농장을 만들고 지도자가 되어 독립군을 길러냈다.

 

(p.14)

1914년 동삼은 일본과 맞서 싸울 군대 ‘백서농장’을 만들었어요.

백서농장은 일본 몰래 백두산 아주 깊은 산 속에 만든 비밀 군대였지요.

“열심히 훈련하여 나라를 되찾읍시다!”

동삼은 비밀 군대의 대장이 되어 사람들을 이끌었어요.

 

1919년 3월 1일, 나라 안팎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그의 행보도 빨라졌다. 김동삼은 3월 11일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 대표 39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마침,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자, 쉬지 않고 상하이로 달려가 동지들과 밤을 새워 ‘헌법’을 만들었다.

 

한편, 1923년 1월 상해에서 열린 국민대표회의에서도 그는 의장을 맡아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독립운동가들을 통합시키기 위해 애썼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가 평소에도 각계 독립운동가를 포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났기에 맡게 된 자리였다.

 

1931년 가을, 그는 동지를 만나기 위해 몰래 하얼빈으로 향하다 이를 눈치챈 일본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거물급 독립운동가였던 53살의 김동삼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1933년 3월, 평양형무소에서 서울 서대문형무소로 옮겨졌다.

 

(p.27)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한걸음에 찾아왔어요.

가족들은 동삼을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지요.

동삼은 아홉 살이 된 막내딸과 처음 만났어요.

“네가…… 영애구나. 영애야, 늘 참된 사람이 되어라.”

동삼은 거칠고 큰 손으로 영애의 머리를 어루만졌어요.

 

김동삼은 국내로 옮겨져 재판을 받으며, 끝까지 독립을 위해서 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채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평소 그를 존경하던 만해 한용운이 직접 장례를 치렀다. 30년 동안 오로지 나라의 독립에만 매달렸던 그를 추모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무덤을 쓰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유골은 한강에 뿌려졌다.

 

비록 몸은 부서지도록 고단하여도, 서대문형무소 수감 시절 찍힌 신원 카드를 보면 눈빛은 그 누구보다 형형하다. ‘만주의 호랑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눈빛에 ‘신(神)’이 번쩍거리는 듯,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는 1937년, 일제가 가장 기승을 부릴 시기에 안타깝게 옥사했고, 그래서인지 광복 뒤까지 살아남은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견주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안동 내앞마을에서 만주와 상하이까지, 한평생을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바친 그의 올곧은 정신은 광복 80돌이 되는 오늘날까지도 마음을 숙연케 한다.

 

이제 곧 광복절이다. 이 나라는 김동삼과 같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피, 땀, 눈물로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번영 뒤에는 암흑기에 포기하지 않고 나라를 지킨 이들의 말할 수 없는 고생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의연히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그의 마지막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좋겠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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