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걸어 오는 길에서 어제까지 못 본 봉숭아꽃을 보았습니다. 어제도 피어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제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제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워 자라서 꽃을 피울 때까지 제 눈에 띄지 않다가 비로소 눈에 띈 것은 예쁜 꽃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것은 하얗고 또 어떤 것은 붉은 빛깔을 입고 있었지요. 제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는 일도 곧 꽃을 피워 많은 분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 애를 써야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껏'입니다. 둘레 사람한테 '해껏'이라는 말을 아느냐고 물으니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뜻 같으냐고 물었더니 뭔지 모르지만 가벼운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는 고장 사투리로 '가볍다'를 '해껍다'라고 하는데 '해껍다'는 말이 떠올라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떠 있는 '해'와 아랑곳한 말이라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오늘 하루 종일 일만 했어."
"너 하루 종일 그것 밖에 못 했어?"
우리가 살면서 '하루 종일'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이라는 말은 아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나 잘 알고 쓰는 '하루 종일' 또는 '종일'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 '해껏'입니다.
'해껏'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해가 질 때까지'로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해 질 무렵까지'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의 풀이를 보고 풀이의 앞에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가 빠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해껏'이라는 말의 뜻풀이를 '아침에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까지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해가 아침에 떠서 해가 질 때까지'의 해의 움직임과 때새(시간)를 모두 담을 수 있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보면 '힘껏', '마음껏'이라는 말도 함께 생각나 왠지 놀든지 일을 하든지 힘과 마음을 다해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저는 할 일이 많아서 해껏 해도 다 못할 것 같습니다. 제 마음과 힘을 다해 하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날마다 해껏 웃을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