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서 햇볕도 덜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어서 아침 해라고는 하지만 뜨겁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해껏 바람이 불어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끔하다'입니다. 이 말을 듣거나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말이고 나날살이에서도 더러 쓰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보신 분들이 계시지 싶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조금 하얗고 깨끗하다'라고 풀이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물이나 그 빛이)곱고 조금 희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풀이를 보더라도 '해끔하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희다', '하얗다'라는 말과는 말맛과 속살이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말이 다른 나라 말과 다른 것이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다', '하얗다'라는 말이 있어 그냥 '희다', '하얗다'라고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해끔하다'라거나 이보다 더 느낌이 큰 말인 '희끔하다' 라는 말로 그 맛과 느낌을 달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말집(사전)에 있는 보기월을 보겠습니다.
소녀는 병석에 오래 누워 있었는 듯 해끔한 얼굴에 야윈 모습이었다.(표준국어대사전)
경수는 얼굴이 여자처럼 해끔해서 도시 아이처럼 보였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보시다시피 위의 보기월에서 쓴 '해끔하다'는 흔히 쓰는 '창백하다'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래 보기월에서는 '하얘서'라고 해도 되지만 그 느낌이 다름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희다', '하얗다'가 그저 빛깔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면 '해끔하다'는 거기에 '깨끗함', '맑음', '고움'을 더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얀 빛깔의 종이를 나타낼 때는 알맞지 않은 것 같고 비가 내린 뒤 맑게 갠 하늘 빛깔이나, 맑고 깨끗한 얼굴빛을 나타낼 때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앓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나타낼 때 쓰는 '핼쓱하다', '창백하다'는 말과도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희다', '하얗다', '창백하다', '핼쓱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해끔하다', '희끔하다'는 말을 써서 말맛과 글맛을 달리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해끔하다'라는 말의 느낌에 맞게 말과 글에 써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토박이말을 하나씩 알고 나날살이에서 알맞게 써 보고자 하는 마음들이 우리말을 더욱 넉넉하게 만들고 우리의 느낌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