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온이 겨울로 가득차는 온겨울달, 12월의 첫날입니다. 오늘 거리에는 딸랑거리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랑의 온도를 높이기 비롯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살림을 꾸리는 국회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해끝 바람빛(풍경)이 나눔과 다툼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온겨울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이렇게 값진 때에 흐지부지한 끝맺음 대신, 야무지고 단단한 마무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매조지하다'입니다.
'매조지다'라는 말, 소리 내어 읽어보면 참 단단하고 찰진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무리하다'라는 말보다 훨씬 더 야무진 느낌을 주지요. 이 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매다+조지다'라고 할 수 있는데 끈이나 매듭을 묶는다는 뜻의 '매다'와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도록 단단히 맞추어서 박다는 뜻을 가진 '조지다'가 더해진 말이지 싶습니다. 그저 일을 끝내는 게 아니라, 풀리지 않도록 꽉 묶어서 빈틈없이 끝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까요?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 거칠지만 참마음이 담긴 삶의 몸씨(태도)를 보여줄 때 자주 쓰였습니다. 김주영 님의 소설 <객주>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지붕 이을 이엉도 엮으며 저희 딴엔 끼닛값을 하느라고 시늉껏 했습니다만 처소의 동무님들과는 일 매조지는 솜씨가 비견될 바 아니었지요."
'매조지'라는 이름씨꼴로도 쓰는데 조정래 님의 소설 <아리랑>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자네가 나서서 매조지를 하게. 내사 주먹이라도 쥐고 덤빌 것 같으이까." 어수선한 됨새(상황)을 누군가가 나서서 제대로 갈무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매조지'라는 낱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흐물흐물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뒤탈이 없도록 깨끗하게 매듭짓는 몸씨(태도)가 이 말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멋진 말을 나날살이에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먼저 오늘 아침에 기별종이(신문)에서 본 안타까운 이야기부터 토박이말로 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는 딱딱한 말 대신, "국회가 나라 살림을 가지고 다투지 말고 슬기롭게 매조져 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서로를 탓하는 날 선 다툼보다, 일을 제대로 끝내라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더 잘 이어질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마주이야기에서도 이 말을 써보세요. 한 해를 보내며 지쳐 있는 동무에게 "끝까지 힘내"라는 흔한 말보다는 이렇게 건네는 겁니다. "올 한 해 참으로 애 많이 썼어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멋지게 매조져 봅시다." 또, 눈 내리는 바람빛이나 12월의 달력을 찍어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올릴 때도 좋습니다. "벌써 온겨울달, 12월이네요. 헐거워진 마음의 끈을 다시 묶으며 올 한 해를 아름답게 매조지고 싶습니다."라고 적어보세요. 읽는 이들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비롯(시작)만큼이나 값진 것이 끝맺음입니다. 옷의 단추를 채우듯, 신발 끈을 묶듯, 지난 열 한 달을 차분히 돌아보고 갈무리해야 할 때입니다. 12월의 첫날, 여러분은 어떤 매듭을 짓고 싶으신가요? 흐지부지 흘려보내기보다, 야무진 손끝으로 삶의 매듭을 짓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