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국립호텔 혜음원

  • 등록 2013.06.15 2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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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문화통신(13)] 혜음령 아래 혜음원터 발굴 중

[그린경제=권효숙 기자파주 광탄면에서 고양시 고양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혜음령이라 부르는 높은 고개가 있다. 이 고개는 고려시대 개경에서 남경으로 가는 길이고 조선시대엔 북경으로 오가는 사신들이 다니던 의주대로의 한구간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는 선조가 이 고개를 넘어 임진나루를 건너 의주로 피난을 가던 길이기도 하고,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왜군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동생 이문승(李文升)을 잃었던 벽제관 전투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 혜음원터 발굴조사 현장

혜음령을 사이에 두고 벽제관과 혜음원이 있었다. 지금은 건물은 불타고 주춧돌과 그 터만 남아 있다. 벽제관은 조선시대의 역관터로서 중국을 오가던 고관들이 머물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서 중국으로 통하는 관서로에 역관이 10여 군데 있었는데 한양에 들어가기 하루 전에 반드시 이곳 벽제관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예의를 갖추어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이 고개는 산세가 험하고 높아 산적과 산짐승들이 자주 출몰하여 행인들의 짐을 빼앗고 해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조선초 서거정 등이 편찬한 시문집인 동문선(東文選)64권 김부식의 <혜음사신창기(惠蔭寺新創記)>에 의하면 고려의 수도인 개성의 동남방 지역에서 개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혜음령은 사람과 물산의 왕래가 빈번하여 언제나 붐비는 길이었다 한다.

   
▲ 물이 흘러내려가는 수로 옆에 있는 돌 수조. 아마 식수를 담던 수조였을 듯하다

 

   
▲ 건물 아래 기단의 장대석들

그러나 골짜기가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호랑이와 도적들이 때때로 행인들을 해치기가 일쑤여서 한 해에 수백 명씩 피해자가 속출해 백성들은 이 고개를 넘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예종은 개경과 남경(서울) 사이에 왕래하는 행인을 보호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예종 162월에 국립숙박시설 혜음원을 착공하게 된다. 

그 다음해 2월에 완공된 이 혜음원에서 여행객들은 30~40여 명이 모일 때까지 머물러 있다가 인원이 모아지면 함께 고개를 넘어 산짐승과 산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고자 하였다.

또 이따금 남경으로 순행을 떠나는 임금의 숙박을 대비해서 별원(別院) 한 개소를 지어 행궁으로 사용하였다.

 혜음원의 관리는 혜음사를 함께 지어 승려들에게 맡겼으며 임금과 왕비가 여행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할 수 있도록 식량을 지급해주고 파손된 기구 등도 보충해 주었다는 기록을 보아 혜음사가 왕실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 일부 보완 복원한 건물 앞 중앙 계단(왼쪽), 석축 기단

2001년부터 지금까지 파주시는 혜음사, 행궁지, 혜음원 등 3곳으로 구분된 혜음원 터 가운데 혜음사와 행궁터 23천여에 대한 발굴조사를 5차례에 걸쳐 진행하였다. 발굴한 결과 행궁을 포함해 모두 24동의 건물터와 더불어 각종 청자류 및 불구(佛具), 기와조각 따위가 출토되어 창건 당시의 웅대했던 모습이 확인됐다.
   
   
▲ 발굴조사 중 나온 암막새. 혜음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위), 발굴과정에서 출토 된 청자 대접들

   
▲ 발굴과정에서 출토 된 청자 찻잔들(위), 발굴과정에서 출토 된 항아리들
  
   
  ▲ 발굴과정에서 출토 된 청동불상

이 중 한 건물지에서는 앞마당을 전돌(보도블럭)로 깔았으며, 다른 건물지 앞마당은 고급 석재로 꼽히는 청(靑石)을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중간의 건물터 앞에는 이런 전돌이 깔려져 있다

20105월부터 파주시()는 예산을 투입해 행궁지 등의 건물을 중심으로 정비하고 있고, 내부 탐방로와 전망대, 임시 주차장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그린경제/한국문화신문 얼레빗=권효숙 기자]

 

권효숙기자 jeen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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