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지덕(三去之德)의 '참깨’

2013.09.15 09:15:59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11]

[그린경제=지명순 교수]  산 그늘진 밭 귀퉁이에서 참깨 단을 막대기로 내리치면 솨~~ 쏟아지는 깨알 소리에 할머니는 힘든 줄도 모르신다. 한가위에 참기름 짜고 볶아서 송편에 반지르르하게 바르고, 삼색나물 무치고, 고기에 발라서 굽고, 양념장에도 넣어 맛난 추석 음식 만들 요량이시다. 또 도시에 사는 아들·딸 명절 쇠고 돌아가는 길에 한 병씩 들려 보낼 생각도 있으신가 보다. 

참깨는 노부모에게 효도한다 하여 효마자(孝麻子)라 부르기도 한다. "참깨를 상식(常食)하면 늙어서 풍을 쫓고 희어진 머리를 검게 해주며 근심걱정을 없애준다"고 하여 선인들은 이것을 일컬어 참깨에는 삼거지덕(三去之德)이 있다고 하였다.  

삼거지덕을 과학적으로도 살펴보면, 참깨에는 지방 함량이 50%로서 그 성분 구성이 리놀레산(Linoleic acid) 40%, 올레산(Oleic acid) 45%,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 등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우리 몸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 줌으로써 동맥경화로 인한 풍()을 예방해 준다. 뇌 속의 레시틴(Lecithin) 결핍을 예방하여 건망증·우울증·불안증에 효과적이다.  

또한 칼슘을 630mg이나 함유하고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무기질 성분인 아연과 셀레늄은 성()기능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E는 혈액 순환을 돕고, 비타민 B1은 체내 탄수화물의 대사를 도와 활력과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어르신들뿐만이 아니라, 주로 곡물인 밥을 많이 먹는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 참깨강정

참깨는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가 있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호마(胡麻-검은 깨)는 호(-중국 한족 외에 이민족)땅에서 나고 생김새가 마()와 비슷하기 때문에 호마라 하고, 8가지 곡식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하여 거승(巨勝)이라 하였다. 맛이 달고 성질은 평한데 기력을 돕고 살찌게 하며, 골수와 뇌수를 충실하게 하고, 힘줄과 뼈를 단단하게 하며, 오장을 윤택하게 해 준다. 또한 골수를 보()하고 정()을 보충해 주어 오래 살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한다고 하였다.  

검은깨 기름은 약간 차고, 변비와 장()속에 열이 맺힌 것을 풀어주고, 대장을 편안하게 해 주며, 머리털이 빠진 것을 나오게 한다고 하였다.  

백유마(白油麻-흰 참깨)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장위(腸胃)를 윤활하게 하고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며, 풍사를 흩어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 준다고 하였다. 참기름은 성질이 차서 전신의 열을 내리고 대소장(大小腸)을 통하게 하며 뼈 속을 기름지게 하는데 비장에는 부담을 준다. 생으로 짠 것은 약용으로 쓰고, 볶아서 짠 것은 향유(香油)라 하여 이것을 식용으로 하는데, 잇병과 비위병(脾胃病)을 앓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참깨는 양념으로서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 쓸 수 있다. 몸이 허약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데는 참기름 1숟가락을 거품이 없어지도록 끓여서 식힌 다음, 계란 3개를 넣고 고루 섞어서 하루 3번에 나누어 식전에 먹는다. 마른기침을 하면서 숨이 찬 데는 검은 참깨 120g, 설탕 30g을 짓찧어 하루에 15~30g씩 먹으면 효과적이다.  

버섯 중독에는 참기름 10~20ml를 공복에 먹거나, 콩을 진하게 달여 같이 먹기도 한다. 그리고 가슴이 쓰린 데는 참깨와 소금을 같이 볶아서 섞은 것을 식사할 때마다 밥에 쳐서 먹거나 끓는 물에 타서 마시면 된다. 이 외에도 흑임자죽, 참깨주먹밥, 깨강정, 깨경단을 만들 수 있다. 

깨의 약리 효능을 높이려면 끓는 물에 씻어 일어서 뜨는 것을 버리고 술에 한나절 찐 다음 햇볕에 말려 절구에 찧어서 거친 껍질을 제거하고 약간 볶아 쓴다. 고소한 냄새 풍기는 참기름으로 약이 되는 한가위음식을 만들어 보자.

 

지명순 교수 jms568@yd.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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