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감성의 수학이고,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다

2015.01.11 20:24:22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24] 동서양 음계와 정수비

[한국문화신문 = 이규봉 교수]  수학과 음악은 전혀 다른 학문 분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뜻밖에 유사한 점이 많다. 수학에는 수많은 기호가 사용된다. 이 기호의 뜻을 모르면 수학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뜻을 명확히 알면 많은 내용을 간단하게 함축시킬 수 있어 논리 전개에 크게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수많은 기호인 음표가 이용된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이 음표를 모르면 전혀 악보를 읽을 수 없고 소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이다.  
 

수학과 음악 


사람은 감정을 느끼는 오관보다는 지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 어떤 학문보다도 수학이 바로 그러한 이성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수학은 자유롭게 사고하며 정신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칸토어도 그래서 ‘수학은 자유’라고 하지 않았나?  


음악은 감성적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반해 수학은 이성적이라 할 수 있으니 서로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실베스터는 “음악은 감성의 수학이고,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다.”라며 상반됨에도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했다.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라모도 “음악과 그토록 오래 함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지식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수학의 도움에 의해서였다.”라 말했다. 작곡가 나운영도 ‘수학적 두뇌 없이는 음악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음악과 수학은 깊은 연관이 있음에 틀림없다. 

 
 
        ▲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실베스터와 작곡가 나운영의 “수학과 음악” (그림 이무성 작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수학과 음악을 처음으로 연결했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은 절대적 수이고 음악은 응용적 수라고 했다. 그는 이전부터 널리 잘 알려진 어울림 음정을 정수의 비로 나타냈고, 음높이와 소리를 내는 줄의 길이 사이에 반비례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음향학 이론에 큰 업적을 남겼다. 피타고라스 당시에는 줄의 길이로 음의 높고 낮음을 설명했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케플러는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인 의미의 장조와 단조의 개념을 확립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같은 음높이의 소리를 내는 두 개의 줄 중 하나의 장력을 더 세게 하면 음높이가 비례해서 올라가고, 굵기를 달리하면 음높이가 제곱근에 반비례해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그는 줄이 진동하는 수가 많으면 음이 높고 작으면 음이 낮음을 발견했다. 19세기에 푸리에는 음파의 움직임인 파동 이론의 기초가 되는 수학적 공식을 완성하여 보이지 않고 들리기만 하는 소리를 삼각함수를 이용하여 보여주었다. 


소리는 진동을 느낌으로서 들을 수 있다. 진동은 물리적으로 주파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주파수는 초당 진동하는 회수를 말하며 ‘Hz’로 나타낸다. 동물마다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다른데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는 대략 16~20000Hz이다. 남성이 말할 때 내는 소리는 대체로 110Hz이고 여성은 220Hz 정도로 여성은 남성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으로 말을 한다. 


같은 종류 같은 장력의 줄은 길이가 길수록 낮은 음이 나고 짧을수록 높은 음이 난다. 마찬가지로 같은 종류 같은 길이의 관이 있을 때 관이 굵을수록 낮은 음이 나고 가늘수록 높은 음이 난다. 서양은 줄의 길이로 음의 높고 낮음을 설명했으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나무 관의 길이로 이를 설명했다.  


장력이 같은 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주파수는 두 배로 증가한다. 곧 줄 길이의 비와 주파수의 비는 반비례 관계이다. 따라서 주어진 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주파수가 두 배가 되어 한 옥타브 위의 높은 음이 나고, 줄의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나면 주파수가 반이 되어 한 옥타브 아래의 낮은 음이 난다. 즉 1:2나 1/2 또는 2라는 비율은 음에 있어서 옥타브를 나타낸다. 줄의 길이가 2/3로 짧아지면 완전5도 위의 음이 나고 3/2으로 길어지면 완전5도 아래 음이 난다. 한편 3/4으로 짧아지면 완전4도 위의 음이 나고 4/3로 길어지면 완전4도 아래 음이 난다. 즉 2:3과 3:4의 관계는 각각 완전5도와 완전4도를 나타낸다. 
 

   
▲ C(도)의 길이를 1로 할 때 길이에 따른 상대적인 음
 

서양 음계 


자연의 현상인 주파수가 사람의 귀에 있는 고막을 진동시켜 뇌로 전달되어 느끼는 소리를 음고라 한다. 주파수가 작을수록 음이 낮아지며, 높을수록 음이 높아진다. 음고들의 간격을 매기는 것을 조율이라 하고, 그 중에서 몇 개 선택하여 뽑은 음들의 배열을 음계라 한다.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울리는 두 음 사이의 단계적 거리(또는 음고의 차)를 음정이라 한다. 서로 음정이 달라도 같은 종류의 음정으로 볼 수 있는 데 그것을 옥타브 음정이라 한다.  


음계는 반음과 온음의 음정들이 옥타브 이내의 음정 관계를 가지고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배열된다. 크게 반음과 온음으로 이루어진 온음계와 반음으로 이루어진 반음계로 나눈다. 온음계는 7음으로 구성되었으며 다음 표와 같다.  
 

   
 

이 음계에서 ‘도-레-미’ 사이와 ‘파-솔-라-시’ 사이의 이웃한 음정은 온음정이며, ‘미-파’와 ‘시-도’ 사이는 반음정이다.  


반음계는 반음 내린다는 표시로 b(플랫)와 반음 올린다는 표시로 #(샵)을 이용한다. 따라서 서양음계는 7음을 중심으로 한 12음계를 사용한다. ‘다, 라, 마, 바, 사, 가, 나’를 사용하는 경우 반음 내리려면 ‘내림’, 반음 올리려면 ‘올림’이란 말을 음정 앞에 사용한다. 즉 ‘내림 나’는 Bb, ‘올림 다’는 C#과 같다. 


음에 붙여진 고유의 이름을 음이름(또는 음명)이라 하며 ‘C, C#, D, D#, E, F, F#, G, G#, A, A#, B’를 사용한다. 악보의 조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하는 음의 이름을 계이름(또는 계명)이라고 하며 흔히 ‘도, 레, 미, 파, 솔, 라, 시’를 사용한다. 우리말로 ‘다, 라, 마, 바, 사, 가, 나’를 Tm기도 한다. 만일 ‘솔’ 음을 으뜸음으로 하여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와 같은 음정의 간격으로 소리를 내면, 즉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순으로 소리를 내면, 솔(또는 사, G) 음이 으뜸음이 되어 ‘솔’을 계이름으로 ‘도’라고 부른다. 이 경우 사장조(또는 G장조)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계이름은 상대적인 이름이고 음이름은 절대적인 이름이다.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악기와 음고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표준화 된 음 높이의 기준은 1939년 런던에서 정하였다. 기준음은 피아노에서 네 번째 높은 라 음(A4)으로 정확히 435Hz에 맞춘다. 그러나 연주할 때 기준음은 약간 더 높게 440Hz로 조율을 한다. 요즈음은 조금 더 올려 442Hz로 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때 그 소리가 몇 Hz쯤 인지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절대음감이 좋다고 하며, 특정 음을 기준으로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를 구분하는 능력을 상대음감이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음계 


중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전통음계 역시 서양음계와 마찬가지로 12음계이다. 중국의 고전인 <악기>에 “모든 소리의 일어남은 사람의 마음에 연유해서 생기는 것이며, 사람 마음의 움직임이 그것으로 하여금 그렇게 소리 나게 만든다.”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의 성종 때 지은 음악이론서인 《악학궤범》에는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머물며, 텅 빈 곳에서 나와 자연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서양음악에는 음양의 개념이 없으나 동양음악에는 양성인 음을 율(律), 음성인 음을 려(呂)라 한다. ‘황종’을 기본음으로 하는 12음계의 이름을 십이율려명(또는 율명)이라 하며 낮은 음부터 차례로 다음과 같이 부른다. 
 

황종(黃鍾), 대려(大呂), 태주(太蔟), 협종(夾鍾), 고선(姑洗), 중려(仲呂)
유빈(蕤賓), 임종(林鍾), 이칙(夷則), 남려(南呂), 무역(無射), 응종(應鍾) 
 
 

이 음의 앞 글자를 따서 간단히 ‘황(黃,) 대(大), 태(太), 협(夾), 고(姑), 중(仲), 유(蕤), 임(林), 이(夷), 남(南), 무(無), 응(應)’으로 표기한다. 이 음보다 한 옥타브 높으면 삼수변 ‘氵’을, 낮으면 사람 인 변 ‘亻’을 율명 왼쪽에 붙여 구분한다. 예를 들면 황(黃)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은 ‘潢’ 그리고 한 옥타브 낮은 음은 ‘僙’이라고 쓴다. 


중국은 서양처럼 주로 사용하는 음계는 7음계이다. 이 음계의 이름을 ‘궁, 상, 각, 변치, 치, 우, 변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 전통음악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계는 5음계로 주요 5음은 ‘임, 남, 황, 태, 고’ 또는‘황, 태, 중, 임, 남’이다. ‘황’은 중국계 음악인 아악이나 당악을 연주할 때는 서양 음계의 ‘C’에, 우리 음악인 향악에서는 ‘Eb’에 가깝다. ‘황’을 ‘C' 또는 ‘Eb’에 맞추면 서양음계와 전통음계는 다음과 같이 비교된다.

 

   
 

이규봉 교수 gblee@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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