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77] 히식스 ‘초원의 빛’

  • 등록 2016.05.01 11: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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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시절 ‘초원의 자유’ 노래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봄은 진작 와 있었건만 그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쌀쌀했다. 하늘에선 시멘트가루 같은 짙은 황사가 싸락눈처럼 내려앉았고, 얼마 전 피어난 자목련 꽃잎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사선으로 궤적을 그으며 떨어지는 1974년의 봄이었다.

정초부터 발표되는 긴급조치는 4월에 이미 4호째를 맞고 있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천명도 넘는 학생들이 연행되어 갔다는 소문으로 장안이 술렁거렸다. 인혁당 사건 때보다 훨씬 센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거라고들 했다.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걸어가는 행인들 사이에서 “춘래 불사춘(春來 不似春)”이란 탄식도 터져 나왔다.

나는 막연한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으로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그때 나는 유신을 왜 해야 하는지 왜 유신을 반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그랬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방에 틀어박혀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가 안방으로 건너가니 텔레비전에서 ‘초원의 집’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처음엔 심드렁했으나 보다보니 재미가 붙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광활한 초원의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록 흑백화면이지만 상상으로 채색을 해가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 들어갔다.

마이클 랜던이 가장역을 맡은 ‘초원의 집’은 1974년에 시작하여 1983년 종영할 때까지 10년 동안이나 시리즈를 이어가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중서부지방의 빼어난 경관도 볼거리였지만 미국인들의 개척정신과 주인공 가족의 가족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그들의 삶과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 되어 비애감이 들었다.

오늘은 ‘초원’하면 바로 떠오르는 ‘초원의 사나이들’ 히식스의 ‘초원의 빛’을 소개한다.

 

   
▲ "히식스" 1집 음반

초원에서 만나서 안녕하며 헤어진
사랑하는 내 님은 무얼 하고 있을까
그대 떠난 초원에 외로움이 쌓이고
낙엽 지는 초원에 그리움이 쌓이네
잊지 못할 내 사랑아
아~~~~ 아~~~~
사랑하는 내 님아 아름답던 옛 추억
사라져간 내 사랑 초원의 빛이 되어
영원히 영원히
(후렴)

 

 

“He6”는 원로가수 장세정의 아들인 한웅이 1967년에 “He5”란 이름으로 조직하여 데뷔하였으나 멤버 전원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인물들인지라 그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의 영입을 추진한다. 때마침 키보이스의 김홍탁이 다른 멤버들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를 전격적으로 영입하고 한웅은 도미 길에 오른다. 이렇게 해서 우리 가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He6”가 탄생된 것이다. ‘초원의 빛’은 ‘초원’, ‘초원의 사랑’에 이은 초원 시리즈의 완결 편으로 1971년에 발표된 제2집 수록곡이다.

거개의 그룹들이 그러하듯 히식스 역시 멤버의 계보가 난마와도 같아서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김홍탁, 임성훈(훗날 사회자로 전향), 유영춘(훗날 영싸운드에 합류), 최헌(훗날 검은 나비, 호랑나비 결성) 같은 낯익은 이름들만 소개하며 다음 회를 기약한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ccr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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