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포 ‘고려인의 목소리’를 들었나요?

  • 등록 2016.09.07 11: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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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재외 한인동포 생활문화 조사 보고서 <고려인의 목소리> 펴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2015년 러시아 연해주 한인동포를 대상으로 생활문화 현지조사를 실시하여 20168<고려인인 목소리> 조사보고서를 펴냈다.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은 한민족공동체 정체성 이해를 목적으로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자흐스탄, 러시아, 일본, 미국, 멕시코 지역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그로부터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 동포 사회의 생활문화 양상이 많이 변화하였으며, 새롭게 조성되는 동포 사회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5년부터 새롭게 재외 한인동포의 생활문화에 대한 조사 연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2015년 첫 재외 한인동포 생활문화 조사지로 조사팀은 러시아 연해주의 우수리스크를 꼽았다.(2015년 조사, 2016년 펴냄) 이곳은 1860년대부터 이루어진 만주연해주로의 한민족 초기 이주지이며, 1937년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후 거주이전이 자유로워지고 연해주로 재이주를 한 러시아 동포, ‘고려인들의 질곡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이주 1세대들은 이미 사망한 경우가 많고, 2세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분들이 많다. 이에 우리 조사팀은 해당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시급성이 요구되는 과제로 인식하고 한민족이주생활사 집성을 위한 첫 번째 조사지로 선택하였다.

 

이 지역의 이주 1세대는 대부분 고인이 되었지만, 1920년대 초반에 부모와 함께 이주해온 일부 고려인들은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제 이주 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로 끌려갔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1세대, 중앙아시아에서 출생하여 성장하고 살다가 다시 선조의 고향인 연해주로 재이주를 한 2, 3세대. 그리고 러시아가 고국이라고 생각하는 최근의 후세대들까지, 그들의 타향살이 160여년의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는 생활문화의 양상을 담아낼 수 있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재외동포 고려인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 ‘고려인의 목소리를 담아내었다.


 



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지 작성을 위하여 조사팀은 총 2차례에 걸쳐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주 1세대부터 4세대에 이르는 고려인 생활문화의 양상에 대해 기록하였으며, 환갑잔치와 추석, 혼례식을 찾아가 약 16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고려인의 전통 풍습과 세월의 흐름 속에 변화한 의례의 양상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본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면담 조사를 진행하며 많은 고려인들의 성에 김가이, 고가이, 오가이 이런 식으로 가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물어봤더니 이는 1937년 강제 이주 후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사람이 성을 물어봤을 때, “나 김가요.” “고가요.” “오가요.” 라고 말했던 것을 김가이라고 잘 못 받아 적어서 그렇다며 웃기고도 슬픈 연유라고 답해주었다. 아리랑 조사를 할 때에 노래를 앉아서 편하게 불러달라고 했다가 혼나기도 하였다. “어디 고향 노래를 앉아서 부르냐.”며 호통을 치곤 아리랑 완창을 한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80대 이상의 고려인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친이 일찍 사망하여 본인과 같은 성씨를 만난 적이 없던 한 고려인 할머니는 조사자가 같은 성씨라는 것을 알고, 한 동안 손을 잡고 우리 가족이라며 꼭 집으로 놀러오라고 초대를 해주었다. 이후 면담 조사를 위해 집을 찾았을 때 증편, 찰떡, 김치, , 북짜이(고기 육수에 된장을 풀어 끓인 국), 순대 등등 고려음식을 손수 차려 주기도 하였다.


 




조사팀이 만난 2015년 러시아 우수리스크 재외동포, 고려인들은 저마다의 아픈 역사를 가진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나름의 방식으로 전승해가고 있었으며 러시아의 한 소수민족으로서 타민족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히 흐려지는 고려인의 색체를 인식하고 그것 그대로 인정을 하면서도 민족적 고향고국의 최소한의 문화와 언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사팀은 이러한 2015년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 사회,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었다.(2015년 조사, 2015년 발간)

 

보고서 펴냄과 함께 이와 관련한 특별전시회(아리랑 전시)11월 중에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역사관에서 열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 원문검색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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