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① ‘마음속’의 낮은말.
② ‘마음보’의 낮은말.
2) ‘마음이나 속생각’을 얕잡아 이르는 말.
3) ① 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② ‘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세 국어사전이 한결같이 ‘소갈머리’를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이들 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과 ‘낮잡아 이르는 말’의 두 덩이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또 ‘소갈머리’가 ‘소갈’과 ‘머리’라는 두 낱말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드디어는 ‘소갈’이 곧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이며 ‘머리’가 곧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도 드러난다.
그러면 ‘소갈’이 어떻게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인가? 이 물음은 연재 글을 처음부터 읽어 왔으면 벌써 풀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앞에서 이미 ‘소갈’은 곧 ‘속알’이며, ‘속알’은 또 ‘마음의 알’이고, ‘마음의 알’은 곧 ‘생각과 뜻’이라고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머리’는 어떻게 ‘낮잡아 이르는 말’인가? 국어사전들은 ‘머리’를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1)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 따위를 가리키는 일부 이름씨 뿌리에 붙어서 낮은말이 되게 함.
2) 일정한 명사말 뿌리에 붙어 그 뜻을 속되게 나타낸다.
3)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머리’가 어떤 이름씨 낱말에 붙어서 그 낱말을 낮잡는 말이 되게 하거나 뜻을 속되게 한다는 풀이다. 그러면서 ‘버르장머리, 소견머리, 소갈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채신머리’ 같은 낱말을 보기로 내놓았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따져보고 싶다. 참으로 ‘버르장머리’에서 ‘머리’가 ‘버르장’을 낮잡는 말이며, ‘소갈머리’에서 ‘머리’가 ‘소갈’을 낮잡고, ‘채신머리’에서 ‘머리’가 ‘채신’을 낮잡는 것인가를 따져보고 싶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머리’가 괜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국어사전들이 보기로 내놓은 낱말들은 제 홀로 쓰이지 않고 반드시 뒤에 풀이말 ‘없다’를 붙여 쓰인다. ‘버르장머리가 없고, 소견머리가 없고, 소갈머리가 없고, 인정머리가 없고, 주변머리가 없고, 채신머리가 없다’ 하는 익은말(관용구)로서만 쓰인다. 더러 “저 버르장머리 좀 보아!”와 같이 쓰지만, 그것 또한 알고 보면 “저 버르장머리 (없는 것) 좀 보아!”를 줄인 것일 뿐이다. 이래서 사실은 익은말 덩이 채로 낮잡는 뜻을 드러내는 것이고, 익은말 덩이 안에서도 ‘없다’는 풀이말이 낮잡는 뜻의 몫을 맡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머리’는 여기서도 늘 제 본디의 뜻, 곧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 또는 ‘일을 앞장서 이끄는 힘’으로 쓰인 것이다. ‘버르장머리’는 ‘버르장(버릇)을 이끄는 힘’이라는 뜻이고, ‘버르장머리 없다’는 ‘버릇을 이끄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소갈머리’는 ‘속알을 이끄는 힘’, 곧 ‘생각과 뜻을 이끄는 힘’이라는 뜻이고, ‘소갈머리 없다’는 ‘생각과 뜻을 이끄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머리’가 무엇을 낮잡고 비하하고 속되게 하는 그런 뜻으로 쓰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판단은 비슷한 쓰임새인 ‘일머리, 끄트머리, 실마리’ 같은 것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들도 모두 ‘일의 머리’, ‘끝의 머리’, ‘실의 머리’로 쓰여서 무엇을 낮잡거나 비하하거나 속되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