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들을 두고 어딜 혼자 갔습둥?

2019.08.21 11:03:33

엄마의 눈물 첫번째, 울바자 세우던 날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19]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엄마는 자애로운 분이었다. 그리고 생활의 강자였단다. 일은 힘들고 생활은 곤란했어도 말없이 이겨냈었고 철모르는 우리를 욕하거나 때리는 법 없었단다. 그러나 나도 커가면서 종종 엄마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었다. 엄마의 눈물은 설음의 눈물, 기쁨의 눈물, 감사하여 흘린 눈물이었다.

 

내가 6~7살 되던 해의 싸늘한 늦가을의 어느 날이었단다. 맑은 날씨지만 나뭇잎이 우수수 바람에 떨어져가는 늦가을의 싸늘한 날이었다. 오빠네들은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엄마는 나를 보고 “오늘 시간이 있을 때 쉬바자(수숫대울타리)를 세워야겠다. 너라도 날 도와줘야겠구나.고 하셨다. 그 시절엔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집의 3면에 수수짚으로 바자를 세웠단다.

 

엄마는 땅을 낮게 파고 거기에 수수대들을 둥그렇게 세웠단다. 가을바람에 세워놓은 수수대들이 떨더구나! 엄마는 바삐 띠를 대면서 나를 불렀단다. 엄마는 밖에서 나는 안에서 엄마가 밀어주는 수수끈을 되받아서 다시 수수대 사이로 엄마에게 넘겨줘야하는데 어린 나는 잘 안되더구나. 추워서 몸은 떨렸고 언손은 말을 듣지 않아 그만 세워놓은 바자를 나는 몽땅 넘어 뜨렸단다. 엄마는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또 다시 했었단다. 그러나 나는 또 세운바자들을 쓰러눞였구나!

 

엄마는 좀 성을 내시면서

“좀 잘 하려무나……”

“예, 잘 한다는 게…… 엄마……”

 

또 다시 처음부터 했으나 역시 나는 그 꼴이었단다. 띠를 대지 않은 바자는 하나둘 넘어지더니 또 몽땅 넘어졌었단다. 나는 춥기도 하고 무서웠단다. 엄마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땅을 치면서 땅에 앉더구나! 나는 그냥 나를 욕 하구 때리려는 줄로만 알구 한쪽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엄마는 아버지를 욕하시면서 눈물을 흘리고 땅을 치는 것이더구나.

 

“이런 철부지들을 나한테 두고 어딜 혼자 갔습둥? 귀신으로 보고 있으면 하루에 다 같이 데려갑소……”.

 

 

휘몰아온 바람에 나머지 아직 번져지지 않았던 바자도 쓸쓸히 번져지는데(엎어지거나 뒤집어지는데) 엄마는 땅에 앉아 통곡하시였단다. 나는 엄마가 우시는 것을 처음 보는지라 무서웠지만 발볌발볌(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다가가서 고사리 같은 작은 언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씻어 주면서

 

“엄마, 내 잘못했습다. 나를 때리고 울지마.”하고 울면서 엄마의 무릎에 엎드렸단다. 나도 흑흑 느껴 울고 엄마는 우는 나를 안고 한참이나 울었단다. 한참 지나서 내가 “큰오빠가 오면 다시 하지요.”라고 해서 엄마는 서럽게 우시다가 흰머리수건을 벗어 눈물을 닦고 내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보자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학교에 간 오빠네들은 보이지도 않더구나! 나는 엄마 몰래 가만히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삼촌집에 달려가서 삼촌에게 말하였단다. 삼촌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얼른 내 손을 잡고 우리집에 와서 엄마와 함께 바자를 세웠단다. 내가 큰 뒤에야 알았는데 농촌에서 집이엉(초가의 지붕을 새로 이는 일) 하는 일과 울바자를 세우는 일은 남자들도 혼자선 못 한다하더구나!

 

날은 저물었고 늦가을의 찬바람은 자려고 안 했어도 집안은 훈훈하였단다. 집바자 덕분인지, 아니면 엄마의 사랑이었던지. 오빠들은 엄마를 따뜻한 화로불 옆에 끄당겼단다. 큰 오빠가 “엄마, 우리 엄마 말씀 잘 듣겠습다.” 하여 엄마의 얼굴엔 웃음이 어렸고 또 얼굴엔 맑은 이슬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더구나!

 

내가 얼른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드리면서 “엄마, 울지마……”하여 엄마는 “그래, 난 안 울거야. 우린 잘 살 거야, 우린 꼭 잘 살자구나!” 하시면서 웃으셨지. 이것이 내가 본 엄마의 첫 번째 눈물이란다.

 

김영자 작가 15694331966@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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