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한, 엄동설한을 견디는 슬기로움

2022.01.05 11:58: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이다.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때인데, 이름으로만 봐서는 작은 추위라는 뜻이지만 실제 보름 뒤에 오는 대한보다 더 추울 때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같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엊그제 동지를 지낸 우리는 엄동설한을 견뎌야 한다. 지금이야 난방도 잘되는 집과 오리털 점퍼, 발열내의도 있지만, 예전엔 문풍지가 사납게 우는 방에서 오들오들 떠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엄동설한을 견뎠을까? 먼저 동지부터 입춘까지 물리적인 난방이 어려운 대신 한 가닥 꿈을 꾸면서 구구소한도를 그려나갔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서 구구(九九)란 9×9=81, 곧 여든한 개의 매화 꽃송이로 소한(消寒) 곧 추위를 잊어서 삭여 내는 걸 말한다. 동짓날 창호지에 하얀 매화꽃 81송이를 그려 벽에 미리 붙여 놓고 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게 색칠을 해나갔다. 빨갛게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하루 한 송이씩 하얀 매화 그림 위에 색을 칠할 때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꽃송이를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옛사람들은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하여 홍매화 81송이를 그려가며 꿈을 꾸면 입춘이 되고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 시대, 조선시대 선비들의 로맨틱한 여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었던 “구구소한도”를 마음속에 그려나간다면 그 어떤 난방기보다 품격 있는 겨울나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 동의보감에서 보면 “겨울철 석 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라고 권하고 있다. 많은 동물이 겨울에 겨울잠을 자듯 사람도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겨울이라 해서 활동을 줄일 수는 없다.

 

대신 햇볕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지듯이 사람 몸 안의 양 기운도 점점 움트기 시작하는 이때 양기가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호흡기에 병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해주려면 햇볕을 쐬어주어야 하며, 혈자리에 뜸을 떠 몸속으로 따뜻함이 들어가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햇볕 말고도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한방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이다. 한방에서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 작용도 있어 평소 자주 마시면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그밖에 비타민 C가 많은 유자나 단백질과 당류, 유기산 따위가 풍부한 대추로 차를 끓여 마시면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며, 매실ㆍ오미자ㆍ모과ㆍ산수유ㆍ귤처럼 신맛이 나는 과일은 흩어져 있는 기운을 모아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자주 먹어주면 좋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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