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젯밤 자고 나니 코뼈에 눈썹 하나
오늘은 또 어디가 문드러져 사라질까
남산도 허리가 잘려 내 꼴인 듯 서러운데
양반아 군수님아
공방살 낀 연놈들아
대곡산 넘다 보니 문드러진 꼬라지 이 몸만은 아니더라. 찢고 이기고 조져놓은 산세가 가히 장관이다. 날라리야 꽹과리야 한도 눈물도 상관 말고 뛰놀아라. 코 하나 달아나니 빗물이 들고나고, 귀 하나 떨어지니 세상 잡소리 안 들린다. 소고에 북채 흔들며 굿거리 한 장단에 시름도 한숨도 쏟아내고, 앉거나 서거나 아프거나 마르거나 밟히거나 뒤지거나 나 몰라라 나는 몰라라. 엇장단에 덧뵈기로 춤판을 돌아간다. 어깨춤 한 번이면 고대광실이 내 것이요, 얼쑤 장단을 넘다 보면 나랏님도 발 아래니
돌아라
부러진 어처구니
이빨 빠진 맷돌들아

<해설>
“어젯밤 자고 나니 코뼈에 눈썹 하나 / 오늘은 또 어디가 문드러져 사라질까 / 남산도 허리가 잘려 내 꼴인 듯 서러운데”
이제 시는 조금씩 세상 이야기를 담아 간다. 내 몸 어디가 문둥병으로 몽그라지고 사라지듯 우리네 강토 곳곳도 잘리어 사라져 간다. “양반아 군수님아 / 공방살 낀 연놈들아” 춤판에서 양반은 현실에선 정치 일선에 선 지도자들이다. 과연 그들이 몸살 앓는 우리네 삶을 알면 얼마나 알까.
“아프거나 마르거나 밟히거나 뒤지거나 나 몰라라 나는 몰라라.” 너희들 문둥이나 말뚝이나 천한 것들이야 뭘 먹든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상관이랴, 그러니 “엇장단에 덧뵈기로 춤”이나 출밖에.” 나 또한 잘난 양반 당신네들이야 보든 말든 엇장단에 덧뵈기로 춤판이나 돌란다.
하지만 그리 설워하진 않으리. 춤판에선 내가 양반이고 나랏님이다. “어깨춤 한 번이면 고대광실이 내 것이요, 얼쑤 장단을 넘다 보면 나랏님도 발 아래니”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로세. 나랏님도 이런 흥타령 한 번 못해보고 저세상 떠나지 않던가. 마음만 바꿔 먹으면 내 거처가 고대광실이요, 마당에서의 손짓발짓 한번이 권세가 아니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