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출강>을 편곡하고 연주하다

2022.06.14 11:57:07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7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이민영의 25현금 독주회의 마지막 곡은 거문고 독주곡 <출강>이었다. 12명의 출연자가 이 곡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무대에 올라 가야금에 관한 이야기, 특히 우륵이라는 악사와 진흥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야금을 품고 신라에 투항한 우륵은 그곳에서 주지, 계고, 만덕 등 3인에게 가야금을 가르쳤고, 그 제자들이 임금 앞에서 연주하니 임금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나 신하들은 가야국은 망한 나라이고, 가야금은 망한 나라의 음악이라 이를 신라에서 취할 바 못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때 임금이 신하들에게 <악하죄호-樂何罪乎> 곧 가야왕이 음란해서 정치를 돌보지 않아 스스로 자멸한 것이지, <음악이 어찌 죄가 된다고 그러는가>라고 조용하게 타일렀다.”

 

 

이민영의 25현금 독주회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된 곡은 주인공 자신이 스스로 편곡한 12인의 중주곡 <출강>이었다. 실제 연주자들이 직접 작곡하거나 편곡을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고, 때로는 편곡을 통해 원곡보다도 더 유명해진 음악이 하나둘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연주자들이 다루고 있는 전공 악기의 특징이나 가락의 표출 방법, 성부(聲部)를 비롯하여, 두 개의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병주(竝奏), 반주, 등등 참여 악기와의 조화, 다양한 음색의 특징들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러한 결과가 가능한 것이리라. 이날, <출강>의 연주 역시, 편곡자를 포함하여 12명이 성부를 나누어 연주하였다.

 

원래 이 곡은 북한의 김용실이 작곡한 거문고 독주곡으로 1995년 9월, 금율학회 제6회 연주회에서 이세환의 연주로 처음 소개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야금과 함께 거문고가 대표적인 현악기로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으나, 북한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6현 16괘(棵)의 거문고는 북방의 고구려 악기이다. 그런데도 옛 고구려 땅인 북한에서 연주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20여 년 전이다. 남북한 음악인 모임에서 글쓴이가 작곡자를 직접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대학시절에 배웠던 거문고라는 악기가 점차 잊혀 가는 것이 안타까워 거문고의 활성화를 기원하며 작곡했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고향은 경기도 파주 출생이라고 했던 점,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안기옥에게 거문고를 배웠다는 점, 졸업한 뒤에는 대학에 근무했다는 점, 등을 기억하나 2022년 현재 그의 살아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의 대표적인 거문고 독주곡, <출강>이나 <염원>과 같은 곡들은 황해제철소에서 철을 만드는 노동자의 삶을 담고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책상 위에서 작곡된 곡들은 현장성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감동이나 감흥을 주지 못하므로 현장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역시 직접 제철소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생활을 함께하며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거문고 독주곡을 25현 가야금으로 성부(聲部)를 구분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중주곡으로 기획하고, 편곡한 이민영은 그 배경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출강’은 거문고 곡으로 유명했지요. 90년대 초, 대학에 다닐 때, 2중주로 편곡한 곡을 접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저희는 4명이 연주를 했어요. 그런데 이 곡에서 요구하는 박진감을 표현하기에는 4명으로는 부족한 듯했지요. 그래서 이번 발표회를 앞두고 고심하던 중, 북한의 연주자들 10여 명 정도가 합주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고, 그 효과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반복해서 들어보니 가야금 <산조> 가운데서 휘모리 악장에 나오는 빠른 연튀김 주법이라든가, 또는 양손을 동시에 활용하는 수법, 등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거예요. 그래서 파트를 나누어 합주 부분과 독주 부분으로 구분하고, 재편곡해 무대에 올려 본 것입니다.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연주하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래의 12현 가야금은 우리나라에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현악기이다. 그런데 가야금에는 정악(正樂)용 가야금 외에 그 변형인 산조가야금이 있고, 60년대 중반부터는 줄의 수를 15현, 17현, 18현, 21현, 22현, 25현 등으로 늘여 만든 가야금들이 생겨났으나, 현재는 25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악용 가야금은 영산회상을 비롯하여 가곡의 반주 등 주로 정악에 편성되어 온 큰 체제의 가야금으로 이를 법통의 가야금이라는 의미에서 법금(法琴)이라 호칭하고 있다.

 

가야금은 원래 오동나무를 재료로 하며, 통나무 뒷부분을 파고 깎아서 만든 비교적 큰 체제이며 줄과 줄의 간격도 넓은 편이다. 그런데 산조 음악이나 민요와 같은 민간 음악이 성행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부터 이들 음악의 연주는 기존의 법금보다 작은 체제의 가야금, 곧 산조가야금으로 개조되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조가야금은 울림통을 만들기 위해 위 판은 오동나무, 아래 판은 밤나무 등 단단한 나무로 제작되고 있으며 줄과 줄 사이가 좁아서 빠른 곡을 연주하기가 쉽고, 이동할 때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또한 민간 음악에서는 풍류음악이나, 산조연주, 민요 등등에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금과 산조가야금의 비교는 악기의 크고 작음으로도 구별되지만, 더욱 분명한 것은 악기 아랫부분에 줄을 묶어두는 양이두(羊耳頭)의 유무로 분명하게 구별된다. 양이두란 마치, 양의 귀처럼 생긴 모양으로 이것이 있으면 법금이고, 이것이 없고 악기가 작으면 기존의 법금을 고쳐 만든 산조 가야금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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