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쉿, 잠깐
어데서
익히 듣던
목소린데,
장독간 툭바리 깨지는 소리도 같고, 묵사발 엎어지는 소리도 닮은 것이 어이쿠! 내 할망구, 할망구 음성이야. 귀신인가 매구인가 우찌 알고 찾아왔노.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모른 척 메방구석을 헤매고 헤매는데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좌로 갸우뚱 우로 갸우뚱
ㅊ
진주 띠기 니가 여를
우찌 알고 찾아왔노
말린 참외 쪼가리같이
탱탱 곯아 가지고
니 정녕 내 할망구가
틀림은 없으렷다

<해설>
이제 드디어 상봉이다. 집 나간 지 오랜 영감 찾아 묻고 물어 왔으니 그 사연인들 실꾸리 풀면 한 십리는 갈 것이다. 눈물 첩첩 구부야 구부구부를 울고불고 찾아오니, 그 목쉰 음성 참 낯익기도 하다. “장독간 툭바리 깨지는 소리도 같고, 묵사발 엎어지는 소리”도 같은 목소리는 영락없는 마누라가 아닌가. 이를 어쩌나. 아무리 양반이라 하지만 내 이런, 무슨 낯짝으로 만나나. 에라 모르겠다. 장님이나 귀머거리 시늉이라도 하면서 어영부영 모른 척, 못 들은 척이라도 해야지. 하지만 그런 임시변통이 통할 리가 있나.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패어도 분이 풀리지 않으련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내 영감이 아닌가. 몇 년 만에 만나보니 젊은 첩살림 하느라고 “말린 참외 쪼가리같이/탱탱 곯아” 보이는 영감이 안쓰럽다. 그래도 생각해 주는 사람은 조강지처밖에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