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리랑’이 곧, ‘본조(本調) 아리랑’

2023.03.07 11:45:48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천 시립국악단》 상임 단원들이 부른 <금강산타령>에 관한 이야기로 이 노래는 6박의 도드리장단에 맞추어 부르며 서울의 긴잡가 형태의 좌창이란 점, 끝 절에서 <노랫가락>으로 이어간다는 점, 일제시대에 최정식 명창이 지어 불렀으며 금강산의 경관을 노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주에는 최은영, 박희린, 이현진, 왕희림 등, 4인의 젊은 단원들이 부른 <긴 아리랑> 외 흥겨운 경기민요창이 이날 밤, 거의 절정의 시간이었으며 특히 <긴 아리랑>의 구슬픈 가락은 이날의 압권이었다.

 

<긴 아리랑>이란 어떤 노래인가?

대부분 아리랑은 그 제목 앞에 지역 이름이 붙는다. 예를 들어,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이 그러하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로 진행되는 서울, 경기지방의 아리랑이 그러하다.

 

서울이나 경기지방에서 주로 전승되고 있는 아리랑을 우리는 <본조 아리랑>, 줄여서 <아리랑>이라 부른다. 이 노래는 1896년, 외국인 선교사 헐버트(Hulbert)가 당시 한국에서 부르던 아리랑을 서양의 5선보로 채보하였는데, 이 곡은 그 이전부터 불러오던 <구 아리랑>이었다.

 

이 악보가 세상에 나오고 30년이 지난 1926년 당시, 단성사 극장에서는 나운규의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여기에 주제곡으로 쓰인 음악이 아리랑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 아리랑 주제곡은 전에 헐버트가 채보한 구 아리랑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새롭게 편곡된 <신 아리랑>이었다. 이 <신 아리랑>을 우리는 <본조(本調)아리랑>, 또는 본조를 생략하여 <아리랑>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된 영화 속의 주인공이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애절한 장면과 그 배경 음악을 듣게 되면서 억압 속에 살던 관객들의 감정은 여지없이 폭발되었고, 그리하여 그 영화 속의 아리랑은 민족의 노래로 자리를 굳히며 현재까지 아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우리의 아리랑인 것이다.

 

일제는 우리의 아리랑, 곧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또는 일제강점기 우리 겨레가 애창하던 <영화 아리랑>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각 지역의 향토성을 살려 부르기 시작한 다양하고 새로운 아리랑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났던 것이다.

 

전문 소리꾼들은 서울, 경기지방의 아리랑을 다른 지방의 그것과 구별하여 <본조아리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긴 아리랑>이란 어떤 노래인가?

 

<긴 아리랑>의 후렴과 1절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료. 아리랑 아리얼수 아라리로구료

     1. 만경창파 거기 둥둥 뜬 배, 게 잠깐 닻 주어라, 말 물어보자.

 

<긴 아리랑>은 앞의 <본조 아리랑>이나 <구 아리랑>과는 그 노랫말이나 박자, 분위기 등이 매우 다르다. 또한 <긴 아리랑>은 저음역과 고음역을 오가며 강약의 조절이나 시김새의 처리가 극히 자연스러워야 소리 잘하는 명창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마치 <긴 아리랑>의 가락이나 분위기 묘사는 <이별가>와 흡사하다. 이름난 명창들이 간혹 큰 무대에서 긴 호흡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 무엇보다도 소리가 맑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연을 지켜보며 글쓴이는 춘천시립의 신예 단원들과 특별 출연자들이 넓은 무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전에 강한 이유라 예술 감독의 재기(才氣)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구성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가한다. 춘천시립국악단 제2회 정기발표회를 보면서 이처럼 적은 인원으로 성공적인 공연을 이루어낸 단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가운데 기획단원인 최병훈은 국민대통합 ‘아리랑’을 기획한 바 있으며, ‘음악이 흐르는 집’의 기획과 연출을 맡아 진행하였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관광자원화 ‘대한민국 대축제’를 기획하는 등, 기획력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유능한 단원이며, 류지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자와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항두계놀이>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소리꾼이다. 어려서부터 유지숙 명창에게 서도소리를 배우기 시작, 제3회 장월중선 대회 명창부 대상, 국립국악원 국악경연대회 수상, 제19회 강원소리 경연대회 명창부 대상 등을 받은 서도소리 차세대 명창이다.

 

최은영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자로 국립극장 마당놀이인 ‘춘풍이 온다’에 출연할 정도로 노래 실력과 연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소리꾼이며 항상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장차 경기소리의 명창을 꿈꾸고 있는 실력파 단원이다.

 

박희린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자로 성실하고 실기 능력이 뛰어난 연습벌레로 알려졌으며, 남원 춘향국악대전을 비롯한 국내 유명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실기 능력을 갖춘 소리꾼이다.

 

이현진 역시 경기일보가 뽑은 문화예술부문 경기도 차세대 리더이고, ‘경기도의 미래를 빛낼 30인’에 뽑힌 소리꾼이며 제48회 대한민국 춘향 국악대전 민요 일반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의 소유자다. 또 정기 공연을 위해 객원으로 참가하여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추어 온 왕희림은 제29회 동아 국악 콩쿠르 민요 부문 금상 수상, 국립전통예술고교 출강, 등 실력을 지닌 소리꾼으로 장래성을 인정받고 있는 단원이다.(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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