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나리’는 ‘뫼놀이’, ‘뫼노리’로 산(山)에서의 놀이

2023.06.06 12:03:20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3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정선아리랑>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소리이다.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그 고장 사람들은 ‘아라리’, 또는 ‘아라리 타령’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비 기능요이지만, 모심기하거나, 논밭에서 일할 때, 노동요로도 부르고 있다. 이 노래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폭넓게 불리고 있어서 이 지역을 아라리권역, 또는 메나리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본디 ‘메나리’라는 말은 ‘뫼놀이’, 또는 ‘뫼노리’의 변화형이다. ‘뫼놀이’는 ‘산에서 놀이하는’ 곧 유산(遊山)의 뜻이므로 산간 지역의 소리조라는 뜻이 강하다. 서울의 12좌창 가운데 첫 번째 곡이 바로 ‘유산가’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메나리권이라 함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강원도 지역으로부터 그 아래의 충청 일부 지역을 포함, 경상도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뜻하는 음악적 사투리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악지대는 교통의 발달이나 문화의 지체 현상이 심각하였으며 지역의 언어가 서로 소통치 못함에 따라 전통적인 민속의 노래도 각 지역, 또는 지방마다 서로 다른 특징적인 어법(語法)을 지닌 채, 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민요 권역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함경도, 충청 일부, 경상도 지역의 특징을 안고 있는 메나리 토리, 또는 메나리조의 권역과 서울, 경기의 경토리 권역, 서쪽 지역인 황해도와 평안도의 수심가 토리 권역, 전라도 지방의 육자배기 토리 권역, 그리고 제주지방의 토리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각각의 특징을 지닌 노래들로 우리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라도 지역의 <진도아리랑>과 경상도 지역의 <밀양아리랑>, 강원 지역의 <정선아리랑>, 그 밖에도 지역의 특징을 안고 전해오는 다양한 아리랑을 통해 서로 다른 노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메나리토리의 <정선아라리>는 ‘긴 아라리’와 ‘자진 아라리’, 그리고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나가는 ‘엮음아라리’ 등이 대표적이며, 그 노랫말의 종류도 대략 800여 수라고 한다. 이 정선아라리에 얹힌 노랫말들의 주된 내용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자신들의 신세한탄 등이 대부분이라고 하며, 때로는 부르는 사람이 즉흥적으로 지어 부르기도 하는 특징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노랫말의 형식은 2행이 한 짝을 이루는 장절(章節)형식이 대부분이며 예외 없이 후렴이 붙는다. 대표적인 노랫말 예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본절>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앞에서 잠시 소개도 하였거니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경기명창 김옥심은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을 경기민요의 창법과 표현법으로 불러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기제 정선아리랑’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이 곡은 지금도 많은 전문가나 애호가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민요 경창대회에서는 출전자의 다수가 선택하는 악곡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과천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강원도 인제 출신의 젊은 명창, 장은숙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제 ‘정선아리랑’을 즐겨 부른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원소리 자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애향심이 남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스승에게 배울 당시의 추억이 담겨 있기에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고향의 소리인 인제의 <숯가마 터 닦는 소리>와 <등치기 소리>를 매우 좋아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이 소리를 처음 발굴할 당시부터 이유라 스승과 함께 그 지역에 내려가 당시 문화원장(박해순)께 막걸리를 대접해 가며 소리를 직접 배웠다는 것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젊은 소리꾼 장은숙은 문화원 박 원장의 그 구성지고 멋스러운 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 당시 더 많이, 더 열심히 배우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때 그 소리가 바로 ‘인제 숯가마 터 닦는 소리’라는 작업요다. 이 소리는 선(先)소리꾼과 뒷(後)소리꾼의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이어지는데, 메기는 부분은 높게도, 낮게도 다양하게 메기지만, 받는소리는 변화없이 동일하게 받는 차이점이 있다.

 

그 노랫말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에~ 헤에 가마 터 닦세 에~ 헤에 가마 터 닦세

   여기 메가 어드메드뇨 에~ 헤에 가마 터 닦세

   살기 좋고 인심도 좋은 에~ 헤에 가마 터 닦세

   청정 제일에 인제로구나. 에~ 헤에 가마 터 닦세 (아래줄임)

 

한편, ‘등치기 소리’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빨라지면서 더더욱 흥겨운 소리로 이어지는데,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주고받는 4.4조의 노동요로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가 남아 있는 소리이다. 그 시작 부분이다.

 

   옛날옛날, 아주 옛날, 에헤라 탄이야.

   오백년이, 훨씬 넘는, 에헤라 탄이야.

   이태조가 등극 하야, 에헤라 탄이야.

   국태민안 시화연풍, 에헤라 탄이야.

   산간문화가 발달을 하야, 에헤라 탄이야. (아래줄임)

 

인제의 ‘숯가마 터 닦는 소리’와 ‘등치기 소리’를 발굴할 때부터 이유라 명창과 함께 지역의 소리꾼들에게 직접 배운 소리이기에 그 작업요가 되살아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귀한 노래가 잊히지 않도록 현지 주민들이나 관계자들의 노력과 관심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사라져가는 서울, 경기지방의 다양한 옛 소리를 올바르게 전승해 나가기 위해 경창대회를 이어오고 있는 <과천시 경기소리 보존회>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러한 의미있는 행사가 지속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과천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음악이나 전통연희가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1930년대에는 과천의 예능인들이 중심이 되어 그 유명했던《대동가극단》이란 단체를 조직해, 전국을 순회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아래서 신음하던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 순회를 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춤도 추었을 뿐 아니라, 줄타기와 같은 전통적 연희도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것이다.

 

바라건대, 이와 같은 지역의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과천지역의 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이 더더욱 과천 경창대회에 많은 관심 가져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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