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맹 문제를 해결할 ‘한글20’

  • 등록 2023.08.07 11: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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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모 24자만 배우면 즉시 의사표현이 가능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7]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한글은 세계 으뜸 문자

 

첫 번째 이야기에서 한글은 글을 배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놓고 경쟁하면 분명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 했습니다. 한글은 말의 소리를 표현하기 때문에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한글자모 24자만 배우면 즉시 의사표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알파벳 26자 다 배워봐야 단어를 많이 모르면 글을 한 줄도 못 쓰지만 말입니다. 아래 그림은 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나서 쓴 문학작품입니다.

 

 

한글은 일반 백성을 위해 만들어진 인류 첫 민주적인 문자시스템이고 대한민국을 인공지능(IT) 강국으로 이끌어 준 과학적인 문자일 뿐 아니라 한류문화를 일으켜 준 문화 문자이기도 합니다. 한글은 우리나라 으뜸 문화재라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으뜸 문자로 인류 문화발전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

 

인류의 문화는 문자의 사용으로 시작되었으며 인쇄술의 등장으로 더욱 촉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은 위에서 보인 으뜸 문자를 만들었으며, 인쇄술을 처음 발명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문화발전의 단계라 할 정보통신 기술의 보급에도 앞장섰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류 문화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선도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난 몇 번의 이야기에서 ‘한글20’으로 시각이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언어문제를 우리가 없애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지만 이보다 더 기본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언어문제에서 그래야 할 것입니다.

 

언어장벽의 문제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언어 문제 가운데서 두 가지만 꼽으라 하면 하나는 언어 사이 장벽이며 두 번째 문제는 문맹이라 할 것입니다. 언어가 다른 국가 사이에는 국민이 소통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한 나라에서도 언어가 다른 지방끼리는 화합이 어려워 심하면 내란까지 가는 일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의사 불통문제는 영어가 워낙 널리 보급되어 상당히 해소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어 문화에 흡수되어 전통문화가 소멸해간다는 다른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들의 언어와 고유문화를 살려내려면 영어를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언어를 살려 고유문화를 지키되 영어와의 접근성을 마련해 현대문명의 혜택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이길 수 없으면 한 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 편이 안 되고 저항하기만 하면 아예 종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어가 영어에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영향력의 격차가 점점 커지기만 하는 반면, 중국어는 로마자 병음을 도입하여 영어와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물론 방대한 자체 시장을 가졌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들이 한자의 무모함에도 첨단기술과 특히 통신기술에서까지 미국에 압도당하지 않고 나름대로 경쟁하고 있는 것은 병음을 통해 영어가 빚어 놓은 첨단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문맹의 문제

 

두 번째로, 문자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소위 문맹인 문제는 글자가 아예 없는 후진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국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맹은 확실히 인류 전반에 걸친 문제라 하겠습니다.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는 영어를 배워 소통문제가 어느 정도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문명국에서의 문맹문제는 교육으로 해소하고 있으나 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빈민이나 이민자, 장애인 등의 문맹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 그들은 배우기 어려운 한자를 폐기하는 대신 배우기 쉬운 병음을 보급해 기초적인 문맹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자 병음 대신 ‘한글20’

 

위에서 언어장벽과 문맹문제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 로마자 병음을 도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꾸준한 국가발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곧 영어에 점령당하지 않고 자국어를 살리기 위해 영어와 접근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그 방법으로 로마자 병음을 제2의 표기방법으로 채택하였다는 것입니다.

 

문자의 주기능이 말의 소리를 표기하는 것인데 한자로는 이것이 어려워 표음문자인 로마자를 함께 쓰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프랑스나 러시아가 로마자 병음을 채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중국이 선택한 로마자 병음도 최선의 표음문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로마자 병음대신 한글을 택했다면 지금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입니다.

 

결론

 

중국이 로마자 병음대신 한글을 택했더라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이는 16번째 이야기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미국 사람이건 일본 사람이건 모두 한글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20억도 넘어 한글은 세계 제2의 문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계속하겠습니다.

 

 

신부용 전 KAIST 교수 byt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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