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새해 1월 6일부터 1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연극 <프로젝트 내친김에, 언덕의 바리>이 무대에 오른다.
"... 난 말이야. 넌 약하다고, 아무 능력도 힘도 없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날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2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거야...“
<언덕의 바리>는 사진 한 장 없는 독립운동가 '여자폭탄범 안경신'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한 여성독립운동가의 비극적 결말에 관한 이야기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형적 서사도 아니다. 이승과 저승이 단절된 세계, 곧 현실과 다름없는 세계 속의 무력한 주인공 이야기는 신화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무력함 안에 경외심이 들 정도로 커다란 힘이 만져지는 모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애초부터, 신화에서 찾아야 할 것은 영웅이 아닌지도 모른다. <언덕의 바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찮음과 위대함이란 서로 등을 맞대고 붙어있는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순리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죽기 위해 태어나고, 구원받기 위해 희생당하고, 믿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 세상의 수많은 신화가 인간 삶의 모순과 양면성을 묘사하듯, 바리와 경신의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다는 생명은 초 끝에 매달린 불꽃처럼 위태롭게 살아남다가 한순간에 꺼진다. 돌이킬 수도 없이, 미련없이 자연의 섭리 그대로다. 이로써 이 이야기는 신화가 될 수 있다.
각자의 세계가 충돌되고, 엉겨지며 구축되는 강렬한 연극성의 시공간
<언덕의 바리>는 '고연옥' 작가의 깊은 맛과 '프로젝트 내친김에‘ 창작진의 과감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연극성, '극단 동' 배우들이 몸으로 쌓아 올린 살아있는 세계가 정면으로 만나는 작품이다.
전작 〈손님들〉, 〈처의 감각>, <인간이든 신이든>에서 합을 맞추며 밀도를 더해온 '고연옥' 작가와 ‘김정’ 연출의 조합은 '극단 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 더욱 강력하고 환상적인 무대를 기대하게 한다. 각자 독자적인 연극성을 만들어 온 이 모두는 <언덕의 바리>를 통해 새롭게 충돌되고, 엉켜지며, 더 큰 시너지로 강렬한 연극적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 흔적마저 찾기 힘든 100여 년 전의 이야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무대 위로 소환되어 우리의 삶 바로 옆에 조용히 내려앉게 될 것이다.
출연진은 김문희, 김정아, 최태용, 강세웅, 이래경, 이은미, 송주희, 류혜린, 이재호, 임주현이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은 작 고연옥, 연출 김정, 드라마 사운드 지미 세르, 작곡 채석진, 이홍이, 조연출 김신혜,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의상 김우성, 분장 백지영, 소품 김혜지, 안무 이재영, 조안무 양진영, 무대감독 김인성, 일러스트 김윤경, 기획홍보 박서우, 프로듀서 조하나가 함께 한다.
공연 시각은 평일 밤 8시,주말 저녁 4시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전석 40,000원이며, 아르코ㆍ대학로예술극장(https://theater.arko.or.kr/product/performance/2580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에 관한 문의는 아르코ㆍ대학로예술극장 전화(070-8276-091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