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이 드는 날(立春)
- 박목철
봄이 든다는데
버들강아지 움이나 틔웠는지
아지랑이 일 듯
나비도 날고, 꽃도 피고
그리움도 나른한 하품 하네
겨울이 눈 흘기니
봄은 살며시 가슴에 숨었다.
오늘은 갑진년 '봄이 드는 날 곧' 입춘(入春)입니다. 개울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버들강아지도 겨울 눈 고깔을 벗고 고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려나요? 예전에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어 산과 들에서 구한 재료로 장난감이나 놀이도구를 만들어 썼었습니다. 그래서 탱탱하게 물오른 버들가지를 꺾어 상처가 나지 않도록 비틀어 쏙 빼면 나무와 껍질이 나누어집니다. 이것의 양 끝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한쪽에 칼로 살짝 깎아내고 불면 봄을 부르는 멋진 버들피리가 되었지요. 버들피리뿐이 아니었습니다. 풀피리, 파피리, 보리피리처럼 소리 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악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속에 파묻혀 삽니다. 심지어 전철에서 어른들도 책을 손에 든 사람은 없고, 손말틀(모바일) 게임 삼매경입니다. 버들피리 불기도 순박한 놀이 곧 추억의 말뚝박기 등도 이젠 지나간 추억거리에 지나지 않지요. 어쩌면 이제 세상은 순박한 버들피리를 잃고 전자 문화를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래도 될까요? 세상이 변하니 모든 것이 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여기 박목철 시인은 그의 시 <봄이 드는 날(立春)>에서 “봄이 든다는데 / 버들강아지 움이나 틔웠는지”라고 노래합니다. 그런데, 그리움이 나른한 하품을 하는 순간 “겨울이 눈 흘기니 / 봄은 살며시 가슴에 숨었다.”라며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음을 소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아지랑이 일 듯 나비도 날고, 꽃도 피는 그런 봄날이 온다는 것은 오늘 ‘봄이 드는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