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렌서 퉁화까지 8시간 동안 독립투사 떠올리다

  • 등록 2024.07.06 11: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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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 백두산 답사단' 취재기 -1

[우리문화신문= 중국 다렌 이윤옥 기자]  7월 4일(목) 저녁 5시, 인천항국제터미널을 떠난 대인훼리는 서해바다를 밤새 달려 아침 9시30분(현지시각) 다렌항에 우리 일행을 내려놓았다. 우리 일행이란 (사)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겸)에서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과 김겸 회장을 비롯한 이사 등 '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 백두산 답사단(이하, 답사단)'을 말한다.

 

탄운 이정근(灘雲, 李正根 1863-1919) 의사(義士)는 1919년 3월 31일 화성군(현 화성시) 향남면 발안 장날을 기해 제자들과 지역민들을 포함한 1천여 명을 이끌고 만세 시위에 앞장서다 일경의 총검에 복부를 난자당하자 흐르는 피를 손에 움켜쥐어 일경의 얼굴에 뿌리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장렬히 순국의 길을 걸은 독립투사다.

 

 

 

 

 

 답사단은 다렌(大連)에서 전세버스에 올라 백두산 등정이 가까운 도시인 퉁화(通化)까지 장장 8시간의 긴 여정에 올랐다. 사실 다렌이라면 안중근, 신채호, 이회영 등 독립투사들이 갇혀 있었던 뤼순감옥을 들리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으나 부득이 일정상 다음을 기약하고 답사단을 실은 버스는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남만주벌판의 옥수수밭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8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세 번 휴게소에 들렀는데 두 번째 들른 곳이 무순(撫順) 휴게소였다. 버스가 무순휴게소를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의병 지도자 윤희순(1860-1935) 지사가 떠올랐다.

 

윤희순 지사는 부녀자들을 모아 의병활동을 하면서 8편의 의병가를 만들었고, 4편의 경고문을 지어 의병과 싸우던 관군, 의병을 밀고했던 밀고자들 그리고 일본군에게 일침을 가했던 여장부다. 윤희순 지사는 1911년 시아버지 유홍석과 남편 유제원을 따라 중국 환인현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중국으로 망명한 지 2년 만에 시아버지 유홍석이 세상을 떠났고, 다시 2년 만에 버팀목이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슬프고도 슬프다, 이내신세 슬프도다, 이국만리 이내신세 슬프고도 슬프도다, 보이는 눈 쇠경이요 들리는 귀 막혔구나, 말하는 입 벙어리요 슬프고도 슬프도다, 이내신세 슬프도다 보이나니 까마기라, 우리조선 어디가고 왜놈들이 득실하나, 우리인군 어디가고 왜놈대장 활기치나, 우리의병 어디가고 왜놈군대 득실하니, 이내몸이 어이할고 어디간들 반겨줄까, 어디간들 반겨줄까”  - 윤희순 지사

 

반겨줄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 왜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득실거리는 땅이지만 윤희순 지사는 절대 좌절하지 않았다. 활동무대를 환인현에서 이곳 무순지역으로 옮긴 윤희순 지사는 든든한 세 아들 돈상, 민상, 교상과 함께 조선독립단을 조직하여 남만주 독립운동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차창 가에 펼쳐진 끝없는 옥수수밭을 바라다보며, 나는 8시간 동안 길고 긴 여정 속에서 고국을 떠나 황량한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를 떠올렸다. 만주에 근거지를 둔 통의부(統義府)에 소속되어 안봉선(安奉線) 무순정거장 부근 포가둔촌(包家屯村)에서 군자금을 모집하던 중 왜경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한 이여춘(李如春, 1995년 애국장) 지사도 그 가운데 한 분이다.

 

요녕성 다렌에서 아침 9시 반부터 달리기 시작한 버스가 8시간을 달려 길림성 퉁화에 도착할 무렵에는 서서히 옥수수밭에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그 위로 밤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모습을 보면서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희미해져 가는 듯해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다보았다. 드디어 퉁화에 도착했다.

 

"백두산 답사는 처음입니다. 탄운장학생들과 함께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오를 수 있어 기쁩니다. 대학 4학년생으로 진로 등 고민이 많은데 이번 답사를 통해 호연지기의 마음을 키우고 싶습니다." 라고 서조은 (탄운장학생 , 제17기.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4학년 ) 학생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취재기 계속>
 

 

 

                                                                                                                       < 취재기 계속>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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