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5년 을사년(乙巳年) ‘뱀의 해’를 맞이해 《한국민속상징사전》 ‘뱀 편’을 펴냈다. 무서운 동물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많은 사람이 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뱀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함께 살아왔으며,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전은 한국 민속문화 속에 담긴 뱀에 대한 다양한 관념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ㆍ해설했다.
□ 뱀의 생태적ㆍ문화적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
뱀은 다른 동물에 견줘 친근하게 여겨지진 않지만, 풍요와 다산, 재물을 상징한다. 이번 사전은 뱀에 대한 두려움, 호기심, 경외심 등 뱀의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민속문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그래서 생태부터 설화, 민속신앙, 세시풍속, 민간요법, 생업, 풍수, 문헌자료로 범주를 나눠 뱀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와 함께 사진, 유물, 그림 등 시각 자료도 수록해 내용의 깊이와 이해를 높였다.
□ 뱀의 상징 이해를 위한 생태적 특징을 정리
뱀의 상징을 이해하려면 뱀의 생태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은 한국에 서식하는 구렁이, 누룩뱀, 살모사 등 뱀의 종류와 특징을 모아 정리했다. 뱀은 산과 들뿐만 아니라 가옥 주변에 살면서 먹이활동을 한다. 구렁이와 누룩뱀은 곡식을 갉아 먹는 쥐 등의 설치류를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뱀을 재산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로 인식했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알(혹은 새끼)을 낳기 때문에 풍요와 다산의 존재로 여기기도 했다. 한편 느린 행동이 매우 두드러지는 생태를 지닌 능구렁이의 모습에 비유하여 능글맞게 불리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을 “능구렁이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설명으로 뱀이 특정한 상징성을 갖게 된 배경과 생태적으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 수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 뱀
뱀은 인간을 위협하는 무서운 동물이면서 동시에 은혜를 갚을 줄 알고, 집과 재물을 지켜주며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또는 사랑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뱀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은혜 갚은 까치, 꿩과 구렁이, 상사뱀, 상원사 등의 설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뱀사골, 사량도 등 뱀 관련 지명 전설과 뱀이 먹이를 쫓는 자리가 명당이라는 풍수설화 등의 다채로운 뱀 이야기를 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 속에 뱀의 등장으로 그만큼 뱀이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온 친숙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 제주도 뱀 문화를 신앙, 설화에 이어 문헌자료에서 확인
제주도는 뱀이 서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뱀 이야기와 신앙이 강하게 나타난다. 뱀에게 해를 가하면 벌을 받는다고 믿었으며, 업뿐만 아니라 해상의 안전을 지키는 신 또는 조상으로 모신다는 내용을 칠성본풀이, 토산여드렛당본풀이 등의 당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김녕사굴 전설에서 뱀은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등 뱀의 부정적 인식도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뱀에 대한 양면성은 《제주풍토기(濟州風土記)》, 《탐라지(耽羅誌)》 등에도 전한다. 더불어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비바리뱀도 사전에 수록했다. 겉모습이 연약하고 고와서 제주도 방언으로 처녀를 뜻하는 ‘비바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뱀 퇴치 방법부터 약재 활용까지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뱀에게 물렸을 때 다양한 민간 처방을 해왔으며, 한편으로는 보양식과 약재로 뱀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뱀과 관련한 전통 민간지식을 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뱀이 품은 독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퇴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 예로 백반은 뱀을 쫓거나 뱀 상처 처방제로 널리 사용했고, 최근까지도 뱀이 출몰하는 곳에 백반을 뿌려두었다. 반면 뱀 허물을 약재로 활용했으며, 부족한 식량 및 영양 보충을 위해 뱀 고기를 섭취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땅꾼에게 뱀을 잡아 팔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이들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수렵채집 관련 민속문화를 전승시켰으나,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 뱀에 대한 편견과 궁금증을 해소
《한국민속상징사전》(뱀 편)은 한국문화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뱀에 대한 편견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이를 재조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 다국어(영어ㆍ중국어ㆍ스페인어)로도 펴내 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비교문화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뿐 아니라, 뱀이 지니는 상징성을 함께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민속상징사전》 ‘뱀 편’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 공개하고 있으며 원문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