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팝나무
오월에 찾아온 이팝나무
내 어머니도 함께 오셨네
하얀 쌀밥 주렁주렁 매달고
오고 가는 길손
깊은 시름이라도 달래주려는 듯
하얀 쌀밥 고봉으로 퍼나르네
푸르런 오월에
인정 많으셨던 어머니
하얀 꽃잎 사랑 안겨 주시네

지난 5월 5일 월요일은 24절기 ‘입하(立夏)’였다, 입하 무렵부터 6월까지는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꽃을 본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보인다.
예전 가난한 백성은 그저 밥이나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논에서 종일 허리를 제대로 펼 틈도 없이 일하다가 뱃가죽과 등짝이 서로 들러붙는 듯한 허기에, 눈에 들어오는 이팝나무꽃이 마치 흰 쌀밥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옛사람들은 이팝나무꽃이 한꺼번에 피어 고봉밥 모양을 이루면 그해 풍년이 들고, 듬성듬성 피어 신통찮으면 흉년이 들 조짐이라고 여겼다.
위 안중태 시인의 <이팝나무> 시를 보면 “오월에 찾아온 이팝나무 / 내 어머니도 함께 오셨네 / 하얀 쌀밥 주렁주렁 매달고”라고 노래하는데 또 시인의 어머니는 인정이 많으셨던가 보다. 그러면서 “하얀 꽃잎 사랑 안겨 주시네”라고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어머니 사랑 같은 이팝나무는 꽃나무치곤 키도 커서 다 자라면 높이가 20m에 달한다. 꽃은 5~6월에 2주 동안 흰색으로 피고, 이후에 열리는 작은 타원형의 녹색 열매는 9~10월에 마치 포도처럼 보라빛을 띤 검은색으로 익는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