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조금씩 더 더워질거라는 날씨알림을 들으며 배곳(학교)으로 왔습니다. 지난해 햇볕에 익어버린 꽃동이(화분)가 있었는데 이렇게 몇 날 더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햇볕을 덜 받는 곳으로 옮겨주어야겠습니다. 뜨거운 햇볕도 잘 견디는 푸나무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듯이 더위를 잘 견디는 사람도 있고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밖이 아닌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하루를 엽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리다'입니다. 이 말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낯설 텐데 처음 보신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 말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누구한테 얻어 맞았다' 또는 '누구한테 졌다'는 말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쓰는 '너 나한테 발렸다'와 같은 말에 있는 '발렸다'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벌어지게 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풀이를 보지 않더라도 이 말의 짜임을 보면 뜻을 어림할 만한 말이기도 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해발리다'는 '해+발리다'의 짜임이며 앞의 '해-'는 어제 '매우'의 뜻을 더한다고 했습니다. 뒤에 있는 '발리다'는 '두 물체 사이를 넗히거나 멀게 하다'는 바탕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며 모두가 잘 알고 쓰는 '벌리다'의 작은 말입니다. 따라서 '해발리다'는 '두 물체 사이를 매우 넓히거나 멀게하다'는 뜻이라고 어림할 수 있습니다. 물체와 물체 사이를 매우 넓히거나 멀게하면 어울리지 않게 된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게 '어울리지 않게 벌어지게 하다'는 풀이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입'을 해발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기로 들어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어 놓았더라구요.
입을 해발리고 서 있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영 어색하기만 하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해발리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바로 공감이 되는 보기월(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을 해벌리고 서 있는 새를 보았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러한 때 말고도 쓸 수 있는 보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가지런하게 늘어 놓은 꾸밈몬(장식품)을 아이가 막 해발려 놓는 일은 흔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해발려 놓은 꾸밈몬(장식품)을 갈무리했다."
어떤 일몬(사물)이 될 수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관계)도 될 수 있겠습니다. 잘 어우러져 있던 일몬(사물)이나, 사이(관계)에 무언가 끼어들어 그것들을 흩트려 놓을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앞으로 '해발리다'를 넣어 쓰면 좋을 때와 곳에 맞춰 쓰시시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