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半夜嚴霜遍八紘 肅然天地一番淸 望中漸覺山容瘦 雲外初驚雁陳橫 殘柳溪邊凋病葉 露叢籬下燦寒英 却愁老圃秋歸盡 時向西風洗破).”
▲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는 군기(軍旗) 둑(纛)
▲ 상강 무렵, 까치밥으로 몇 개 남은 감과 마지막 잎새
위는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 권문해(權文海, 1534 ~ 1591)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글인데 상강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있습니다. 오늘은 24절기의 18째 “상강(霜降)”인데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날이란 뜻으로 날씨가 추워져 첫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입니다.
《세종실록》 22년(1440) 6월 13일 기록에 보면 봄의 경칩과 가을의 상강에는 “둑제(纛祭)”를 지낸다는 말이 나옵니다. 둑제란 조선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纛) 곧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는 군기(軍旗)에 병조판서가 주관하여 지내는 나라의 제사지요. 이 제사는 유일하게 무관들이 주관하여 지내는 제사로 문신들은 참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