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새까만 나날이었다. 산도 까맣고 떡갈나무 잎도 까맣고 길도 까맸다. 옆집 경현이는 미술시간에 개울물을 까맣게 그려 놓았다. 바람마저 까매서 새로 산 난닝구가 금방 검정색이 되었다. 만경대산 꼭대기, 구름이 모여드는 동네라 하여 모운동.
탄광 동네에 가면 그래도 먹고 살 것이 있다하여 어머니는 여덟 살 배기 아들을 끌고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장사라면 닥치는 대로 무엇이건 떼어다 팔았다. 차비를 아끼려고 영월도 제천도 걸어 다녔다. 어떤 때는 살쾡이에게 미행당하며 머릿짐을 인 채 밤길을 걸어오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늘 혼자였다. 쉰 나물밥 한술 뜨고 엄마가 돌아오는 산길을 건너다보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어머이 어머이 어머이 ...”
이웃들 모두 잠들고 메아리도 목이 멜쯤이면 누군가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고 꼬옥 안아 주기도 하였으며, 자기 집으로 데려가 이밥도 먹이고 공부도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선생님. 웃을 때 눈모양이 초승달 같던 나의 선생님.
간절히 그리운 마음을 ‘To sir with love’를 들으며 달래본다.
수다를 떨며 손톱을 깨물던
▲ 루루(Lulu) ‘To sir with love’ 음반 표지
시절은 가버렸어요
그러나 마음속에는
그 시절 추억이 계속 남아있죠
크레용을 만지던 소녀가
향수를 뿌릴 수 있게 되기까지
지도해 주셨던 분께
어떻게 감사 드려야 할까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난 노력할 거예요
당신이 하늘을 원하신다면
나는 하늘을 편지지 삼아
“선생님께 사랑을”이라
쓰겠습니다.
책을 덮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눈에 익은 것들과도
작별을 해야겠죠
이제 졸업하면 옳고 그른 것을
배우고 나누며
이렇게 성장한 친구들과도
헤어져야겠죠
무엇으로, 무엇으로
선생님께 보답해야 할까요
달을 원하신다면
나는 달을 만들겠어요
마음 속 깊이 “선생님께 사랑을”
이라 말하고 싶어요
To sir with love는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의 주제가이다.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가 1967년에 제작 하였으나 국내에는 몇 년 늦은 71년에 개봉되었다. 아프리카 기니의 외교관이었던 E.R 브레스웨이트의 자전적 소설을 영상에 담아낸 성장영화의 걸작이다.
▲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 포스터
시드니 포이티어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태커레이 선생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이상적인 교사상의 모델이 되었다.
문제아들만 모여 있는 런던 빈민가의 어느 고등학교에 부임한 흑인교사가 사고뭉치 학생들을 순화해 나가는 과정들을 감동 깊게 그려낸 <언제나 마음은 태양>의 원제는 ‘To sir with love’이다. 영어제목보다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이 훨씬 함축적이며 문학적이란 느낌을 준다.
포이티어의 반듯하고 강직해 보이는 이미지가 영화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는 평을 얻기도 하였다.
주제가를 부른 루루(Lulu) 역시 비중 있는 역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다. 주제가는 발표하자마자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루루는 그 여세로 비지스의 막내인 모리스 깁과 결혼하였으나 신혼의 단 꿈은 그리 길지 못하였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