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머루나무[학명: Vitis coignetiae]는 포도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덩굴성 식물’이다. 목룡(木龍)이라고도 한다. 머루란 산포도의 총칭으로 머루속과 개머루속으로 크게 구분된다. 요즘은 머루포도로도 개량되고 있다. 머루나무와 비슷한 식물로는 잎 뒤가 초록색인 왕머루, 잎 뒤에 털이 있고 열매를 먹는 포도, 잎이 15㎝ 이하이며 5갈래로 나누어지는 까마귀머루, 잎이 갈라지지 않은 새머루 등이 있다. 한방에서는 산포도(山葡萄)란 이름으로 질병에 처방한다. 꽃말은 '기쁨, 박애, 자선'이다.
아기의 새까만 눈망울을 보고 사람들은 ‘머루알처럼 까만 눈’이라고 말한다. 북한말에는 아예 ‘머루눈’이란 단어가 사전에 올라 있다. 머루는 이렇게 작고 둥글고 까만 열매가 송골송골 송이를 이루며 열리는 우리 산의 대표적인 야생 과일나무다. 머루는 포도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형제나무며, 열매의 모습도 거의 같다. 열매의 크기는 머루가 더 작고 신맛이 강하다. 머루송이는 포도송이처럼 알이 고르게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가 빠진 모습으로 흔히 만난다.
머루알은 처음에는 초록으로 시작하여 보랏빛을 거쳐 완전히 익으면 거의 까맣게 된다. 흰 가루가 살짝 덮여 있기도 하지만, 손으로 문지르면 표면이 반짝거려서 정말 머루눈이란 표현처럼 아기 눈망울을 떠올리게 한다.
머루는 ‘영욱(蘡薁)’이란 옛 이름을 갖고 있다. 까마귀의 머루란 뜻이며, 실제로 사람뿐만 아니라 산새들의 먹이가 된다. 입에 넣고 깨물어 보면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익을수록 단맛이 더하지만, 재배하는 포도 맛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고려 말쯤 더 굵고 맛이 좋은 포도가 들어오면서 머루는 수입 포도에 점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양반들은 주변에 포도를 심고 키워서 따먹고, 머루의 이름도 산포도(山葡萄)로 바뀌어 강원도 아리랑의 가사처럼 ‘산속의 귀물(貴物)’로 남았다. 머루는 공짜로 마음 놓고 따먹을 수 있는 산사람들의 귀중한 간식거리로서 태곳적부터 사랑을 받아온 백성들의 과일나무였다.
연산군 8년(1502)에 경기 감사에게 “서리가 내린 뒤, 산포도와 다래를 가지와 덩굴이 달린 채로 올려보내라.”라고 명한 기록이 있는데, 이는 임금도 여전히 머루를 즐기고 있었다는 증거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나오는 머루는 “산포도인데, 열매가 잘고 맛이 시며, 이것으로 술을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머루는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에 보이듯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식물로 이에 얽힌 몇 가지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머루 먹은 속’이란 대강 짐작하고 있는 속마음을 나타낸 것이고 ‘개머루 먹듯’이란 맛도 모르고 먹는다는 뜻이며, ‘소경 머루 먹듯’이란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취한다는 뜻이다.
머루속 식물은 줄기의 골속이 갈색이며 나무껍질에는 피목(식물 줄기의 단단한 부분에 있는 작은 구멍)이 없고 세로로 벗겨지며, 개머루속 식물은 줄기의 골속이 흰색이며 나무껍질에는 피목이 있고 벗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기슭이나 계곡 사이의 숲속에 살며 보통 줄기 길이가 10m 이상에 달하는데, 작은 가지가 뚜렷하지 않고 능선이 있으며 붉은빛이 돌고 어릴 때는 솜털로 덮여 있다. 잎은 어긋나며 넓은 난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길이는 12∼25㎝이고 3∼5개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암수 2가화(二家花,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피는 꽃)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황록색이 총상꽃차례로 핀다. 과실은 장과(漿果: 살과 물이 많고 씨앗이 있는 열매)로 구형이며 9∼10월에 검게 익는다.
산포도는 주로 간경(間經, 2~4개월에 한 번씩 하는 월경)과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며, 소화를 돕는다. 관련 질병은 기관지염, 당뇨병, 산후복통, 소갈증, 폐결핵, 기침이다. 어린순과 과실은 식용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하다. 특히, 옛날 구황식의 하나인 물곳(무릇과 둥글레의 뿌리와 머루순을 넣어 고은 것)의 재료로 쓰였다.
과실에는 주석산과 구연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포도주, 주석산 제조의 원료로 쓰인다. 특히, 머루는 머루주로 유명한데 이는 머루를 잘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꼭지를 떼고 설탕을 섞어 소주를 부어 1달 정도 발효시켜 만들고, 장기간 숙성시켜도 좋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